임신 중인 미혼모라며 외상을 부탁한 손님에게 선행을 베푼 음식점 사장님이 후기를 전했다. 손님은 약속한 대로 계좌이체를 했고 사장님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손님의 처지를 듣고 가게 식구로 채용하기로 했다는 훈훈한 사연이 알려졌다.
2일 자영업자 사장님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미혼모라고 하신 손님 음식 보내드린 후기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초등학생 딸 둘 있는 사장님으로 소개한 작성자 A 씨는 “저는 그렇게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은 아니다”며 “그냥 딸 아이 둘 있는 아이 아빠 입장에서 든 마음일 뿐이다”라고 적었다.
앞서 A 씨는 지난달 30일 ‘사장님. 제가 미혼모에 임신 중인데 너무 배가 고프다. 당장은 돈이 없어서 염치없지만 부탁드려본다. 주문된다면 돈은 다음 주말 되기 전에 이체해드리겠다. 제발 부탁 좀 드린다’는 내용의 주문서 요청을 받고 음식을 외상으로 보내주었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A 씨는 “결과적으로 월요일 오전 장문의 문자가 와서 ‘계좌번호 알려 달라’고 요청하기에 정상적으로 입금받았다”며 “저의 선택이 신뢰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아내에게 이러한 사연을 미리 얘기했고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조심스럽게 (지원에 대한) 얘기를 하니 처음엔 계속 민폐라고 거절했다”고 전했다.
그는 “집사람이 아기와 아기 엄마 건강 문제도 있고 우리도 딸 둘 낳고 키워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고 얘기했다”며 “손님은 돈도 돈이지만 임신 관련 어떤 것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섭고 막막하다고 울더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잘 대화해서 허락을 받은 뒤 아내와 함께 손님의 집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손님 집을 찾은 A 씨는 손님과 구면이라는 점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그는 “일주일에 3~4번 오던 중학생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이라 얼굴이 잘 기억났다”며 “또래들보다 키가 컸고 항상 문 열고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웃으면서 인사하던 친구라 저와 저희 직원들도 예뻐하던 학생”이라고 회상했다.
A 씨에 따르면 손님은 19세로 중학생 때 부모님과 서울로 이사 왔는데 사정이 생겨 부모님은 다시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또 혼자 원룸에 살며 아르바이트와 제과기능사 공부를 병행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자신의 아내가 손님과 대화를 하는 동안 마트로 향해 물티슈와 즉석밥, 계란, 미역, 고기, 김치 등을 사 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냉장고를 여는 순간, 또 울음바다가 됐다”며 “저희 가게에서 주문했던 참치마요밥과 야채죽을 밀폐용기에 나눠 담아 놓았더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한 돈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배고플 때 먹으려고 나눠 놓았다는 손님의 말에 A 씨 부부는 눈물을 쏟았다고 전했다.
미역국을 끓여줬다는 A 씨는 “아내가 아이 둘을 출산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같이 병원부터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손님은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면 의류 모델 아르바이트도 못할 것 같다는 말에 A 씨는 일자리를 알선했다.
그는 본인 가게 2시간 파트타임 알바자리가 있는데 몸 상태가 괜찮다면 가게로 나와 하루 2시간 정도 일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에 손님은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끝으로 A 씨는 본인의 글이 미담을 이용해 홍보하려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노력과 노동 없이 요행을 바라며 장사할 만큼 안되는 매장도 아니고 충분히 먹고 살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제 매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라리 (임신부라는 것이) 거짓말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해당 후기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감동적이라며 사장님 부부를 응원한다는 반응이었다.
누리꾼들은 “감동이다. 베푸신 마음이 복으로 다시 돌아올 것”, “인연이 닿아 너무 다행이다”, “눈물이 날 거 같다. 사장님 응원한다”, “존경스럽다. 두 분 정말 쉽지 않은 도움인데 다 복으로 돌아갈 것”, “안타깝지만 학생도 씩씩하게 이겨내는 거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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