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北전문여행사 세워 정관계 인맥 넓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4일 03시 00분


평창 포럼 참석해 최문순 등 만나
업계 “경기도체육회장과도 친분”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가 4년 전 북한 전문 여행사를 세워 남북 교류에 관심이 많은 정관계 인사들과 인맥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라 대표는 경기 고양시 부시장을 지낸 A 씨 및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B 씨와 함께 2019년 북한 전문 관광 여행사 ‘아리투어’를 설립했다. 라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았고 A, B 씨가 사내이사를 맡았다. B 씨는 2020년 라 대표로부터 대표이사 자리를 넘겨받았다.

아리투어는 설립 직후 남북체육교류협회로부터 남북경협 공식 여행사로 지정됐다. 2020년엔 강원도와 평창군, 한국국제협력단이 공동 주최한 ‘평창 평화 포럼’에 북한 전문 여행사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라 대표는 이때 세계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와 최문순 당시 강원도지사 등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던 때라 기업,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이 찾아왔는데 당시 라 대표도 ‘대북 사업을 하고 싶다’며 나를 찾아왔다”며 “남북체육교류협회 행사를 할 때 자신이 세운 여행사에 위탁을 주면 이익금을 후원금으로 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B 씨는 “사업 준비를 위해 법인 설립 허가증까지 냈지만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확산되자 라 대표가 떠났다”며 “아리투어는 영업한 적도 없고 라 대표도 명함 한 장 써본 적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라 대표는 또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과의 친분을 통해 정관계 네트워크를 넓혔다고 한다. 한 투자자는 “라 대표는 이 회장과 2019년 한 언론사 주최 포럼을 함께 수료하며 친분을 맺은 뒤 이 회장을 통해 정관계, 체육계의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다”고 했다. 이 회장이 경기도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라 대표가 기탁금 5000만 원을 대납해 주기도 했다.

또 라 대표는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검찰 수사관 출신 인사와 고문 계약을 맺고, 국회 공직자윤리위원을 감사로 두는 등 전방위적으로 인맥을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라 대표와 이 회장 등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관련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계, 언론계, 연예계 등을 막론하고 범죄 혐의에 관여한 정황이 있으면 모두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