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 들이받아, 시민 신고로 적발
“사람이 쓰러졌어요. 얼굴을 크게 다친 것 같으니 빨리 와 주세요.”
2일 오후 11시 45분경 대구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로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대구 북구 도남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중년 남성이 전동 킥보드를 타다 도로 연석을 들이받고 넘어졌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는 얼굴을 부여잡고 신음하는 남성에게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그런데 남성에게선 술 냄새가 심하게 풍겼다. 구급대원은 치료를 진행하면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음주 측정을 했다. 그 결과 이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로 면허취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술을 마신 채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운전하는 건 불법이다.
또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대구 북부경찰서 소속 A 경사(41)로 밝혀졌다. 경찰은 “현행법에 따라 범칙금 10만 원과 운전면허 취소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며 “내부 징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징계 수준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최근 대구에선 음주 범죄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음주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남부경찰서 소속 50대 경정이 음주운전을 하다 시민 신고로 적발됐다. 3월에는 경찰이 만취한 상태로 택시 운전사를 폭행하기도 했다. 1, 2월 음주운전 3건이 연달아 적발된 걸 포함하면 올해 대구 지역에서 현직 경찰의 음주 범죄가 적발된 건 총 6건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청은 지난달 25일부터 4일 동안 대구경찰청 업무 전반에 관한 감찰을 진행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늦었지만 더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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