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르던 토끼 플라스틱 통에 가둬 죽인 주인, 무죄 확정…왜?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5월 4일 0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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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기르던 토끼를 플라스틱 통에 가둬 질식으로 숨지게 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법원은 플라스틱 통에 토끼를 가둔 행위를 학대 행위로 보지 않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2부(한성진 남선미 이재은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 씨에 대해 1심과 동일한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의 집에서 키우던 토끼 중 한 마리를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넣은 후 10시간 가까이 가뒀다. 이로 인해 토끼는 질식으로 죽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행위가 ‘동물에 대해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1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며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고, 무죄는 그대로 확정됐다.

집에서 토끼 한 마리를 키우던 A 씨는 토끼가 외로워 보인다는 이유로 범행 당일 시장에서 토끼를 추가로 구입해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는 기존 토끼가 있던 사육장에 새로 구입한 토끼를 합사했으나 기존에 있던 토끼가 새 토끼를 괴롭히며 시끄럽게 하자 새 토끼를 꺼내 플라스틱 통 안에 넣어놨다.

A 씨는 다음날 플라스틱 통 안의 토끼가 죽은 것을 확인한 뒤 지인과 함께 토끼탕을 끓여 먹겠다며 인근 천변에서 토끼털을 태우다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이후 기존에 키우던 토끼를 새 토끼를 구입한 시장에 가져다줬다.

A 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토끼를 플라스틱 통 안에 넣은 목적은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분리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죽이기 위해 통 안에 넣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행동이 동물보호법이 규정한 학대 행위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이에 “여유 공간이 거의 없고 밀폐된 플라스틱 용기에 토끼를 넣어둔 채 10시간 동안 방치한 만큼 토끼의 죽음에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고, 질식사 과정에서 토끼에게 엄청난 고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부분 사람들은 토끼를 보호해야 하는 동물로 여기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 행위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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