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상용 씨(29)는 5일 “어린이날 기념으로 부모님께 용돈 20만 원을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는 이날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떠났다. 부모님이 어린이날 선물로 여행 경비를 지원해 줬다고 한다. 박 씨는 “매년 5월 5일 용돈을 받고 있다”며 “어버이날엔 동생과 함께 돈을 모아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로 용돈도 드리는데 조삼모사 같기도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5월 5일 어린이날을 ‘어른이(어른+어린이)날’로 부르며 부모에게 용돈이나 선물을 받는 20, 30대가 늘어나고 있다. 성인이 됐지만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나 자녀 없는 맞벌이 부부 ‘딩크족’ 등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어린이날 신풍속도가 생겨난 것이다.
딩크족인 김모 씨(37) 부부도 이날 집 근처에 사는 부모님 댁에 들렀다 용돈으로 20만 원을 받았다. 김 씨는 “결혼 7년차지만 아이가 없다 보니 여전히 우리 부부를 아이처럼 보시는 것 같다”고 했다.
젊은 부부나 연인들은 어른이날을 기념해 서로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올 3월 결혼한 직장인 황모 씨(31)는 전날 퇴근길 백화점에 들러 아내에게 선물할 꽃다발과 가방을 샀다. 황 씨는 “아내가 최근 일이 바빠 힘들어하는 것 같아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며 “아이가 생기기 전까진 어린이날을 부부 기념일로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스스로 선물을 주기도 한다. 직장인 최모 씨(27)는 “3년 전부터 어린이날이면 나만을 위한 선물을 사왔는데 올해는 립스틱을 샀다”며 “어른을 위한 기념일이 없어서 1년간 고생한 나를 스스로 토닥이는 의미”라고 했다.
‘어른이’를 겨냥한 마케팅도 늘고 있다. 토스는 올해 ‘어른이날 선물’ 기프티콘 행사 코너를 준비했고, 하이마트 등 가전제품업체는 ‘닌텐도 스위치’ 등 어른이 좋아하는 게임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어른이 붙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인이 어른이날을 즐기는 문화는 경제적 독립과 출산 등이 늦어지면서 생긴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나라에는 성인이 된 후에도 독립을 하지 않는 캥거루족이 많은 편이라 부모들이 함께 사는 자녀를 여전히 어린이로 인식하고 용돈을 주는 문화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산이 늦어지고, 딩크족이 늘어나면서 공휴일인 어린이날을 부부끼리 기념하는 문화가 생겨났다”며 “저출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이런 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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