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법적 근거 상실
복지부 “첫 진찰은 의사 대면 원칙”
플랫폼업계 “환자 선택권 제한” 반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가 ‘경계’로 하향 조정되면 초진을 제외한 재진 환자만 전화나 화상통화를 통해 진찰과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첫 진찰은 의사 대면’이라는 원칙을 두고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초진과 재진의 구분 없이 전면 허용돼 왔다. 2020년 2월 24일부터 올 1월 말까지 환자 1379만 명이 병의원 2만5697곳에서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경계’로 내려가면 비대면 진료가 법적 근거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비대면 진료를 상시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에 아직도 계류된 상태다. 이에 따른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복지부는 최근 시범사업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를 낮추면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재진 환자 중심으로 실시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전화 상담만으로는 청진(聽診) 촉진(觸診) 등을 통한 종합적인 진찰이 어려운 만큼, 첫 진료는 의사 대면하에 이뤄지는 게 안전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도서벽지 거주자나 군인 등 물리적 제약 탓에 직접 병의원에 들르기 어려운 환자에겐 초진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에서 동시에 시행하고, 연령이나 장애 여부에 따른 제한도 두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이 같은 시범사업의 범위와 방식을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확정한다.
초진 허용을 요구해온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업계는 “재진만 허용하는 건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비대면 초진은 오진 가능성이 높아 감염병 대유행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으로 처방받은 약을 수령하는 방식도 갈등의 뇌관이다. 복지부는 환자나 보호자가 약을 직접 받기 어려우면 약사와 협의해 택배나 퀵 배송 등으로 배송할 수 있게 한 현행 방식을 가급적 유지하려고 하지만 약사단체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결국 국회가 서둘러 단체 간 갈등을 조율하고 명확한 법제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3월과 4월 두 차례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을 상정했지만 논의하지 않았고,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