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을 둔 기초생활수급자가 어린이날 어려운 가정에 써달라며 폐지를 팔아 모은 돈과 선물을 기부했다.
8일 부산 북구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 측에 따르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A 씨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덕천2동 지구대에 돼지저금통과 과자, 여성용 옷 등을 기부했다. 돼지저금통에는 약 4만9000원이 들어있었다.
A 씨는 편지도 남겼다. 세 아이의 아빠라는 그는 “첫째는 장애 3등급, 저희는 수급자 가정입니다. 매일 폐지를 모아 팔아서 한푼 두푼 모은 돈입니다. 어린이날 어려운 가정에 써주세요”라고 적었다.
A 씨는 “어린이날 즐겁고 행복한 가정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어려운 환경의 아이도 있을 거예요. 과자랑 현금이 얼마 안 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이것밖에 안 돼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작지만 어린이날 선물이 됐으면 합니다. 아이가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웃는 얼굴이 상상이 되네요. 아이 엄마 옷도 넣어뒀어요. 이쁘게 입으시고 아이랑 즐거운 어린이날 보내세요. 비가 와서 걱정이네요”라고 적었다.
A 씨는 “누군가의 작은 용기가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라고 글을 마쳤다.
행정복지센터 측은 “익명의 기부자는 본인도 장애아동을 둔 힘든 상황이지만 이웃을 돕고 싶다는 편지와 함께 저금통과 의류, 과자 등의 물품을 전달했다”며 “A 씨를 수소문했지만 덕천2동 주민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주정원 덕천2동 동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준 기부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성금과 성품은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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