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1만원 시대’가 열릴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물가 인상을 감안할 때 내년도 최저임금은 당연히 1만원을 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재료비와 공공요금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오른다면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 최저임금위, 첫 회의부터 신경전…험난 예고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근로자와 사용주 모두 물가 인상으로 주머니가 얇아졌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폭에 대해서는 정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이전보다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한다. 반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인상폭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일 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액 논의를 시작했다. 통상 최임위 첫 회의는 노·사·공 위원들 간 상견례 성격이 짙다. 하지만 첫 회의부터 근로자측과 사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최저임금 결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2차 전원회의는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 8350원(인상률 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380원(3.95%)만 오르면, 2024년엔 1만원대에 들어서게 된다.
◇ 물가 올랐으니 1만원 당연 vs 알바생 계속 유지 고민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며 한 식품제조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모씨(28·여)는 “물가 인상 폭에 따라 최저임금도 오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1만원이 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 지난 3월 알바천국이 대학생 11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희망 최저시급은 올해 9620원보다 650원 높은 평균 1만270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아르바이트생들은 물가 인상으로 사실상 줄어든 임금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알바천국이 지난해와 올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알바생 664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76.2%)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주요 원인(복수응답)으로는 ‘물가?공공요금 등 인상으로 대폭 늘어난 지출’이 77.7%로 가장 높았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모씨는 “교통비, 통신비, 식비 등 요즘 안 오른게 없는 것 같다”면서 “최저임금이 좀 큰 폭으로 올라서 체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서대문구에서 돼지고기 불백집을 운영하는 40대 사장님은 “이미 최저임금을 넘는 1만1000원을 주고 있다”면서 “이 상황에서 최저임금 기준 선이 올르면 지금 이 돈에서 더 올려야 되는데 숨통이 조여오는 것 같다”고 아르바이트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2017년 647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48.7% 오르는 동안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 수는 2018년 398만7000명에서 2022년 426만7000명으로 증가했다. 급격히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아르바이트생과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도 불안해진 것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는 허모씨(35·남)는 “임대료에 식자재비도 엄청나게 올랐는데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더 힘들 것 같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지속적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경영에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지난해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최저임금 및 근로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인 51.8%가 ‘최저임금이 경영에 많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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