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우려 한달간 삽-곡괭이 작업
송유관 30cm 남기고 경찰에 들통
자금책-송유관 기술자 등 8명 잡혀
모텔을 통째로 빌린 후 송유관 매설 지점까지 땅굴을 파고 석유를 훔치려 한 일당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A 씨(58) 등 4명을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자금책 B 씨 등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 1월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모텔을 월 450만 원에 통째로 빌리고 모텔 지하실에서 약 9m 떨어진 송유관까지 가로 81cm, 세로 78cm 크기의 땅굴을 팠다.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굴착기 등 기계가 아닌 삽과 곡괭이로만 약 1개월 동안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송유관까지 불과 30cm 앞두고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입수한 뒤 범행 현장을 급습했다. 범행 현장이 서울 한복판 왕릉에 땅굴을 파고 문화재를 훔치려 한 영화 ‘도굴’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송유관의 위치는 하루 평균 차량 6만6000여 대가 오가는 4차선 국도 바로 옆이었다. 지면으로부터 3m 아래 위치해 자칫 지반 침하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조사를 마친 후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현장을 원상 복구했다.
범행 계획은 총책인 A 씨와 대한송유관공사 직원 출신으로 동종 전과가 있던 기술자 C 씨가 짰다. A 씨는 L당 400, 500원의 수익금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일당을 모았다고 한다. A 씨 일당은 송유관에서 빼돌린 기름을 판매하기 위해 충북 청주와 옥천에 주유소 2곳을 임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10월 옥천에서 한 차례 굴착을 시도했지만 땅굴에 물이 차 포기하고 이번에 재차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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