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주택 통신단자함에 마약을 숨기는 등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한 마약사범들이 적발됐다.
9일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유통책인 30대 A 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또 마약을 투약한 A 씨의 30대 여자친구 B 씨를 체포하고, A 씨로부터 마약을 매수한 27명을 잇달아 검거하는 등 모두 29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29명 중 5명을 구속하고 이들로부터 1만여 명 투약분인 필로폰 284.5g(시가 3억 원 상당)을 압수했다.
이번에 붙잡힌 마약사범 가운데 17명은 중국인으로 확인됐다. 이 중 1명은 중국에서 귀화해 현재 군 복무 중인 현역 군인으로, 군사경찰에 이송됐다.
A 씨는 지난 2월부터 2개월간 중국에 체류하는 마약 공급책으로부터 중국 채팅앱을 통해 필로폰 400g을 5차례에 걸쳐 공급받은 뒤, 이를 소분해 ‘던지기 수법’으로 시중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최근 마약 거래는 특정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놓고 사진 등을 통해 구매자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던지기 수법’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대면할 필요가 없어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고 검거 위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폐쇄회로(CC)TV가 없거나 현관 출입이 비교적 용이한 다세대주택의 통신단자함, 우편함, 계단 철제 난간 밑 등에 마약을 교묘히 숨겨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가 거래 장소로 이용한 수원시 권선구 한 다세대주택의 CCTV 영상을 보면 지난 2월 10일 오후 2시 10분경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잠금장치가 없는 건물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통신단자함에 작은 봉투를 숨기고 어디론가 연락한다. 그가 숨긴 건 필로폰이었다.
연락받은 마약 매수자들은 건물로 들어와 숨겨진 마약을 찾으려 통신단자함과 우편함 등을 뒤적거리고 계단 난간 밑을 살폈다. 과거 이곳에서 마약을 거래했던 매수자도 혹시나 숨겨져 있을 마약을 훔치러 들어와 우편함을 뒤지기도 했다.
외부인들이 수차례 통신단자함을 뒤적거리는 것을 수상히 본 한 주민의 신고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27명의 전담팀을 꾸려 2개월간 추적수사를 벌인 끝에 지난달 14일 A 씨를 시흥시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이후 서울과 부산, 경남 등 전국 각지에 있던 매수자들을 차례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의 거주 공간인 다세대주택의 내부까지 유통장소로 이용된 것이 확인돼 일반 시민들도 마약의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마약범죄에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택가의 우편함, 계단 등에서 수상한 물건이 보이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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