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T) 업체 대표에게 코인 투자를 맡긴 뒤 감금과 폭행, 협박을 통해 146억 원을 뜯어낸 일당이 붙잡혔다. 조직폭력배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잔혹한 수법을 동원해 피해자를 협박한 동시에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법인 계좌로 돈을 받는 등 ‘지능범’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IT업체 대표 A 씨(37)를 상대로 2021년 2월부터 12월까지 146억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조직폭력배 출신 주범 김모 씨(36) 등 16명 전원을 검거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김 씨 일당이 A 씨에게 맡긴 투자 원금과 수익금을 더한 총액을 146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48억6000만 원은 A 씨가 김 씨 일당에게 직접 뜯긴 피해액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김 씨는 2021년 2월경 마스크 관련 사업을 준비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A 씨를 알게 됐다. 처음에 동갑내기 친구로 지내던 김 씨는 A 씨가 코인 투자로 큰돈을 번 사실을 안 뒤 투자금 3500만 원을 맡기며 돈을 불려달라고 했다. A 씨가 단기간에 코인 투자로 20%가량의 수익을 올리자 김 씨는 돌연 “30% 수익률을 올려달라”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투자를 가장해 일방적으로 ‘수익을 내놓으라’고 강제한 뒤, 제때 수익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무차별 폭행·협박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모친 집을 담보로 2억4500만 원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
김 씨는 2021년 8월경 수익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에서 피해자의 얼굴에 헤드기어를 씌우고, 입에 수건을 물린 채 주먹과 발 등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폭행했다.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도주한 A 씨의 소재지를 파악하기 위해 2022년 2월경 A 씨 지인 2명을 13시간 동안 사무실에 감금한 채 식칼로 손가락을 베거나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김 씨는 범행에 경찰 관리 대상에 속한 조직폭력배들 출신까지 끌어들였다.
동시에 김 씨는 ‘지능형 조폭’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법인 계좌로 수익금을 지급받았다. A 씨가 도주하자 A 씨의 휴대전화 추적 기능을 사용해 추적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피해자 A 씨는 “(주범) 김 씨가 법대출신이어서 법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고, 법조인 및 경찰과의 커넥션을 강조해서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악질적인 범행에 대해서 끝까지 추적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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