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사건, 성비위 책임 첫 결정
“거짓말” 주장 명예훼손도 인정돼
대선 악재… 지지층 결집 부를수도
‘재대결’ 바이든 지지율은 역대최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20여 년 전 성추행 사건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해 500만 달러(약 66억 원)를 배상하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올해 3월 미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기소된 데 이어 다른 민사재판에서 성추행으로 배상 평결까지 받은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까지 12명이 넘는 여성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했는데 법원에서 책임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 배심원단 “성추행 사실로 인정돼”
뉴욕남부연방지법 배심원단은 9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성추행과 명예훼손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만장일치로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추행과 폭행에 202만 달러, 명예훼손에 298만 달러 등 총 500만 달러를 엘리자베스 진 캐럴에게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NYT 등에 따르면 패션잡지 칼럼니스트 캐럴은 1995년 말 또는 1996년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자친구 선물을 고를 수 있게 도와달라면서 뉴욕 맨해튼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의 속옷 매장으로 데려간 뒤 탈의실에서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캐럴은 사건 발생 후 20여 년이 지난 2019년에 회고록과 언론을 통해 이를 폭로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여성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범행을 부인하자 캐럴은 지난해 11월 성폭행 및 명예훼손 등 피해를 입었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남성 6명, 여성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행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성추행은 사실로 인정된다고 평결했다. 또 지난해 10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폭행을 부인하며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완전한 사기극’ ‘거짓말’ 등 표현을 사용해 캐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결론 내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캐럴 측은 관련 증거로 캐럴이 당시 트럼프와 만난 직후 대화를 나눈 2명의 증언, 속옷 매장 위치에 대한 캐럴의 설명이 실제와 부합한다고 확인해준 백화점 직원의 증언 등을 제시했다. 1987년 한 행사장에서 두 사람이 함께 찍힌 흑백 사진도 배심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사진 속 캐럴이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이라고 진술한 적이 있는데 ‘(캐럴이)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던 트럼프가 약 7년간 결혼 관계를 유지했던 전 부인과 캐럴을 혼동할 정도라면 트럼프의 해명에 신빙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결 직후 트루스소셜에 “나는 이 여성이 누군지 전혀 모른다.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의 연속”이라고 주장하며 항소 입장을 밝혔다. 캐럴은 성명을 통해 “마침내 세상이 진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 바이든 지지율 답보, 트럼프 연이은 악재
내년 대선에서 리턴 매치가 유력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란히 악재를 겪고 있다. 7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 공동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 수행 지지율은 36%에 그쳤다. 올 2월 같은 조사에서 42%를 기록했는데 이보다 6%포인트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맞붙는다면 누구를 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44%가 트럼프를 꼽았다. 바이든은 38%에 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행 의혹까지 사실로 인정되면서 대선 행보에 난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얼리사 페라 그리핀도 트위터에 “트럼프는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 공화당원은 그에게서 떨어질 도덕적 용기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잇따른 악재로 공화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당내 경선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모닝컨설트가 5∼7일 공화당 예비 유권자 35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는 60% 지지를 받아 19%에 그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크게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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