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번 출근하는 삶이 가끔 버겁기도 하지만 가만히 누워 있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치솟는 물가와 고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직장인들의 부업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부처, 일반 사기업 등의 취업 규칙에 겸업·겸직 금지 조항을 둔 곳이 많지만 소비를 줄이는 것 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씨(31·여)는 쉬는 날이면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 공고를 살펴보고 부업을 나간다. 김씨는 “월급만으로도 생활하기가 빠듯한데, 부모님 모두 은퇴하셔서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 되어버렸다”며 “회사에서 받는 월급 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김씨처럼 당일에 돈을 지급하는 ‘일급’ 형태의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밝혔다. 일용직 근로자는 소득을 본인이 직접 신고를 해야 해 연말정산에 잡히지 않을뿐더러,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회사 인사팀에서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8급 공무원 김모씨(30·여)는 5월 한 달만 모텔 청소 아르바이트를 나가기로 했다. 김씨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부터 이튿날 오전까지 모텔 청소 일을 돕고 일당 15만원을 받는다.
김씨는 “5월 달에는 어버이날, 어린이날, 친구 결혼식 등 현금이 나갈 일이 너무 많아서, 겸직이 안 되는 걸 알지만 일을 해보기로 했다”며 “무지출 챌린지만으로는 도저히 빠져나가는 돈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고 호소했다.
지난 2021년 아파트를 구매한 30대 정씨부부는 부부 모두 ‘투잡’이다. 매달 빠져나가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200만원을 넘기면서, 생활비가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남편인 정씨는 퇴근 후 배달 아르바이트를, 부인 임모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시급 2만원을 받고 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엑셀 과외’를 한다.
정씨는 “주말 저녁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나오는 사람 중 절반은 직장인일 만큼 인기가 많다”며 “하루에 두 번 출근하는 삶이 가끔 버겁기도 하지만 가만히 누워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반면 유튜브 등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업을 하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금융기관에 재직 중인 30대 직장인 한모씨는 “책을 요약해 읽어주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데 매달 10만원 정도의 수익이 나오고 있다”며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데 (아직까지는) 장비 값도 건지지 못한 것 같아 고민이 많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배달 플랫폼 증가 등 다양한 근로 형태가 생기는 것도 있지만, 경기부진으로 인해 안정적인 일자리가 공급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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