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굴러 내려온 대형 화물에 깔려 참변을 당한 고(故) 황예서(10)양의 아버지가 딸을 향한 그리움을 호소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부산 영도구 황예서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황예서양의 아버지라고 밝힌 A씨는 “나의 강아지, 예서야. 아빠는 네가 너무 보고 싶다 .보고 싶은데, 안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눈물만 난다”, “내 생명을 줄여서 너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썼다.
A씨는 “아침마다 2층 침대에 누워 있는 너를 깨운 엄마가, 네가 엄마의 가슴에 한참 안겨 있었다고 했다”며 엄마도 너도 너무 행복했을 것 같다“고도 썼다. 이어 ”엄마를 닮아 책을 좋아한 너는 매주 토요일 영도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서 깜빡 잠든 엄마 곁에서 조용히 책을 보다가 잘 잤냐고 물었다“며 ”네 표정, 말투, 목소리가 그대로 그려진다“고도 했다.
A씨는 ”CC(폐쇄회로)TV 영상을 구하러 다녔는데 편의점 앞에서 찍힌 네 모습이 너무 잘 보여서 눈물이 터졌다“며 ”왼손으로는 학교 동생의 손을 꼭 잡고, 교통지도 해주시는 할아버지에게 공손하게 인사도 하더라“, ”편의점 사장님은 네가 인사하면 황송하다고 하더라. 네가 인사할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인사를 받게 된다더라“고도 전했다.
이어 ”구청에서 받은 사고 당시 영상을 수십 번 돌려 보았다.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 했다“며 ”네가 전혀 모른 채로 뒤에서 화물이 덮친 줄 알았는데, 덮치기 전에 네가 뒤를 돌아보더라“, ”아빠는 그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다. 우리 강아지가 깔리면서 그 공간에 있던 1학년 동생이 목숨을 건졌다고“, ”학교 동생을 살렸으니 너답다. 잘했다“고도 덧붙였다.
A씨는 꽃다발을 안고 있는 딸의 사진과 생일 케이크 앞에서 웃고 있는 딸의 영상 등을 첨부하기도 했다. 그는 ”네 엄마와 네 언니를 지킬 수 있도록 꿈에라도 아빠에게 나타나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며 ”곧 생일이다. 흔한 생일 축하 노래에도 세상 기뻐하던 우리 강아지, 아빠에게 힘을 줘라. 버텨낼 수 있게“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황예서양은 지난달 28일 오전 8시22분께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등교 중 사고를 당했다. 당시 황예서양은 하역 작업 중이던 지게차에서 떨어져 내리막길을 굴러 내려온 1.7t짜리 원통형 화물에 깔린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다른 학생 2명과 30대의 여성은 부상을 당했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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