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했던 납북귀환어부 32명이 50여 년 만에 재심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일 춘천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심현근)는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납북귀환어부 32명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이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 구금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인정한 재판부는 당시 제출된 증거와 진술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1971년 8월 강원 고성에서 오징어잡이 조업 중 납북됐다가 1972년 9월 속초항으로 귀환했으나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려 국가보안법 등으로 옥살이했다.
이날 재판에는 납북귀환어부 32명 중 숨진 12명을 제외한 생존자 20명과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기도 전에 불법체포, 감금 상태에서 피의자 신문 등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의 수사기관 진술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이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에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 확인 및 법리 해석의 위법이 있다.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을 무죄를 선고한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재심 신청인들이 북한에서 돌아온 뒤 불법 구금 상태에서 조사받은 사실이 인정되고 신문조서는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능력이 없다”며 “이에 기초한 법정 진술 역시 임의성이 인정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도 없는 만큼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심 재판을 통해 뒤늦게라도 피고인들의 무고함이 확인돼 명예가 회복되고,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최후진술을 통해 “수십 년간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말 한마디조차 못 하고 살았다”고 소회를 밝히거나 “마음의 짐을 덜고 여생을 편히 살 수 있도록 50년 한을 풀어 줘서 고맙다”고 미리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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