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60대 남성 A씨는 40대 아내 B씨에게 부부관계를 요구했지만 아내의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했다. A씨는 나체 상태인 B씨의 양손과 양발을 묶고 둔기로 온몸을 여러 차례 때린 후 3시간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8일 대전 서구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취한 60대 B씨가 승용차를 몰다 인도로 돌진해 초등학생 4명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1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고, 3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B씨는 지난 2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60대 범죄가 부쩍 사건사고 이슈를 달구는 모양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과거에 비해 60대는 노인이라는 인식이 약한 편이다. 그렇다고 중년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는 반응이 많다.
이 세대는 기나긴 직장 생활을 마치고 은퇴하거나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세대로, 그만큼 사회 활동 단절에 대한 위험도 높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60대 범죄자수는 2001년 4만8600여명에서 2021년 15만7500여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연령대 중 60대 범죄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1년에는 불과 2.4%였지만 10년 후 2011년 5.5%로 2배 이상 증가했다가 2021년에는 12.6%로 나타났다.
특히 생계형 범죄로 거론되는 절도범죄의 경우 범죄 건수와 연령대 비중 모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반적으로 2021년에는 주요 범죄 건수가 대부분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절도범죄만큼은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60대 인구가 예전에 비해 늘어 범죄자수도 그만큼 증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비붐 세대 역시 현재 60대에 속한다.
다만 2001년 기준으로 약 331만명이었던 60대 인구가 2021년 약 716만명으로 2배 정도 증가한 것에 비해 범죄자수는 같은 기간 3배 이상 많아진 점을 보면 꼭 인구수 증가만을 원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기대수명이 늘면서 60대가 신체적으로 젊어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리적 힘을 동반한 성범죄나 폭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60대는 더이상 정신건강적 취약계층으로 볼 수 없고 물리적 폭행 건수도 많아지고 있다”며 “수명이 늘어나면서 정년퇴직 이후 일자리가 없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돼 경제적 여유가 없어진다면 범죄에 끌려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노인 기초연금은 최저 생계 유지비에 불과하다”며 “학계에서도 노인 학대 문제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노인 범죄에 대한 연구는 미비하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60대 범죄에 대한 관심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에서 퇴직을 경험하는 세대인 만큼 경제 활동이 끊기는 데 따른 사회적 충격을 안길 위험이 높은 세대이기도 하다. 수입이 끊기면 가정불화로 이어질 수 있고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우울증, 노후에 대한 불안감에 직면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함혜현 부경대 경찰범죄심리학전공 교수는 “직업이 있을 때보다 무직일 때 사회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범죄 유혹에 더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 교수는 “60대가 처음 직면하는 사회적 충격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1인가구, 독거노인이 일상화된 만큼 정서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복지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철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일정한 직업 없이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며 “처벌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재범률을 낮출 수 있도록 자활 프로그램 마련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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