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의 날]
야외 활동 늘면서 노로바이러스 급증
설사 증상 있으면 탈수 예방에 신경쓰고
분비물 치울 땐 반드시 락스물로 소독
손 씻기-익혀먹기 등 6대 방역수칙 실천
식약처, 한달간 전국 급식소 전수 점검
지난달 부산 A어린이집에서 원아와 교사 13명이 집단으로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 등원한 원아 한 명이 “배가 아프다”며 구토를 했다. 이후 원아의 구토물을 치운 선생님과 같은 반이었던 원아들도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식중독 의심 신고는 1605명(146건)으로 최근 5년간 같은 기간 평균인 1240명(71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영유아 시설을 중심으로 식중독 신고가 급증했다. 영유아 시설의 식중독 의심 신고는 올해 1분기 601명(49건)으로 최근 5년 같은 기간 평균 231명(19건)의 2.6배에 달한다.
영유아 시설 집단 감염 유행
최근 식중독의 급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바깥 활동이 잦아지고 외식이 늘어난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등교가 제한되고 외식이 줄면서 식중독 발생 건수가 급감했던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영유아 시설 식중독 신고가 유독 증가한 것은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의 유형이 바뀐 탓이 크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이 새로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에 집중적으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가 올해 1분기 식중독 사례를 분석해 보니 전체의 79%가 노로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에서도 노로바이러스는 극소량만 묻어 있어도 사람 간 전파가 되는 강력한 바이러스다. 오염된 음식을 먹지 않아도, 감염된 사람과 접촉만 해도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원래 노로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11월부터 증가해 이듬해 1, 2월이면 줄어든다. 식약처 관계자는 “영유아 시설에서는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으로 인한 식중독뿐 아니라 구토 또는 설사 등으로 감염이 확산되는 사례도 많다”며 “아이의 구토물을 닦을 때 알코올이 주성분인 손소독제는 소용이 없다. 락스를 물에 희석해서 써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중독 원인균은 다양
식중독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먹으면 감염되는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이다. 감염형 또는 독소형 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감염형 식중독은 살아 있는 유해 세균을 섭취할 때 발생한다. 주로 계란, 우유, 어패류 등에서 증식한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대장균 등이 원인이다. 통상 오염된 음식을 먹고 다음 날 혹은 이틀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발열과 혈변, 점액변 등이 주요 증상이다. 증상이 심하다면 항생제 복용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는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독소형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상한 음식을 먹은 후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차량 내부, 트렁크 등에 김밥 등과 같은 조리 식품을 2시간 이상 방치하면 식중독균 증식의 위험이 있다. 아이스박스 등을 이용해 10도 이하로 보관, 운반해야 한다. 음식이 조금이라도 상했다는 생각이 들면 아까워도 무조건 버리는 것이 좋다.
가벼운 식중독은 별다른 치료 없이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기도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미음이나 죽 같은 부드러운 음식부터 식사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병원을 찾아 수액을 맞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식중독에 의한 설사가 지속될 경우 탈수 증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간혹 지사제를 임의로 복용하는데 이는 오히려 독소의 배설을 막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6대 예방 수칙 기억하세요
식약처는 ①손 씻기 ②익혀 먹기 ③끓여 먹기 ④세척·소독 ⑤구분 사용 ⑥보관 온도 등 6대 예방 수칙만 잘 지켜도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①손 씻기=식중독 예방의 가장 기본 원칙은 개인위생 관리다. 손 씻기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음식을 조리하기 전후, 화장실 사용 후, 외출에서 돌아온 후 비누 등 손 세정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깨끗하게 손을 씻어야 한다.
②익혀 먹기·③끓여 먹기=육류, 가금류, 달걀 등은 내부까지 충분히 가열·조리한 후 섭취한다. 중심 온도 75도로 1분 이상 가열해야 한다. 굴 등 어패류는 중심 온도가 이보다 높은 85도로 1분 이상 완전히 익혀야 한다. 식수는 생수 또는 끓인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④세척·소독=식재료는 흐르는 물로 깨끗이 세척하고 식재료는 항상 냉장 보관한다. 식재료를 담는 조리 기구도 열탕 또는 살균소독제로 철저하게 세척·소독을 하고 조리대와 개수대도 중성세제와 염소 소독제를 사용해 자주 소독을 해주도록 한다.
⑤구분 사용=번거롭더라도 칼·도마는 채소용, 육류용, 어류용 등 식재료별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달걀·육류 등을 냉장 보관할 때는 조리 없이 그대로 섭취하는 채소 등과 직접 닿지 않도록 각각 다른 칸에 보관해 교차 오염을 방지하도록 한다.
⑥보관 온도 등=육류, 달걀 등은 조리하기 전까지 냉장고에 보관한다. 음식은 1회 식사량만큼 준비하는 것이 식중독도 예방하고 음식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조리된 음식은 빠르게 식혀서 냉장 상태로 보관한다.
일반 식중독균과 달리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노로바이러스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감염 환자의 구토물 및 그 주변을 반드시 소독해야 한다. 감염을 예방하려면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거나 용변을 보고 나서 변기 뚜껑을 덮고 물을 내려야 한다. 배탈,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나면 가급적 집에서 쉬어야 한다.
식약처, 식중독 지도·점검 나서기로
이에 따라 식약처는 최근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34개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식중독대책협의회를 열고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정기 점검을 시작하기로 했다. 올해 전국 어린이집 집단 급식소 총 1만1000여 곳을 전수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5월 한 달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전체의 약 60%에 해당하는 6600여 곳을 점검한다. 주요 점검 내용은 손 씻기 등 식중독 예방 수칙 준수와 소비(유통)기한 경과 제품 사용 여부, 식품의 위생적 취급, 기구 세척·소독 등 급식 시설 위생 관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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