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나이에 고등학교 졸업학력을 취득한 아이가 있다. 올해 제1회 서울 고졸 검정고시 최연소 합격자 오은율(12) 양이다. 만 17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또래보다 5년 정도 빨리 고졸자가 된 셈이다. 그런데, 은율 양의 언니와 오빠도 모두 고졸 검정고시를 치른 것으로 알려져 그 사연에 관심이 모인다.
1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실시된 서울 제1회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2556명 중 2010년생, 만 12세 은율 양이 최연소를 차지했다.
은율 양은 초등학교를 3학년까지만 다닌 뒤 지난해 초졸 검정고시(4월)와 중졸 검정고시(8월), 올해 고졸 검정고시까지 연달아 합격했다.
중졸, 고졸 검정고시 공부는 조금 어려웠다고 한다. 정규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만 다닌 영향이다.
그럼에도 은율 양은 독학만으로 초·중·고졸 검정고시를 모두 통과했다. 학원,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결을 묻자 은율 양은 “엄마가 프린트해 준 전년도 기출문제를 풀었다”며 “문제를 반복적으로 읽고 풀다 보면 답이 보였다”고 말했다.
과목 중에는 수학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언어 영역보다 개념·공식을 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그럴 때면 언니(17)·오빠(15)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은율 양의 언니와 오빠는 중학교 2학년까지만 학교를 다니고 중졸, 고졸 검정고시를 잇달아 치렀다. 세 남매가 모두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취득한 셈이다.
은율 양의 어머니 모미애(39)씨는 “학교에서 얻는 것도 있지만 학교 밖에서 어린 시절에만 겪고 볼 수 있는 것들도 많다”며 “아이들이 학교 다니면서 사교육에 치우치고 이런 것보다는 조금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찾는 것도 괜찮다는 것이 부부의 생각이었는데, 아이들도 흔쾌히 좋아해줬다”고 말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은율 양은 생활 패턴을 스스로 결정한다. 매일 밤 10시께 자서 오전 8시께 일어나고, 그날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부모님 허락을 받는 식이다.
꼭 무언가를 하지 않는 날도 있다.
어머니 모 씨는 “학교를 안 가면 그 시간 동안 무언가를 해야 될 것 같고, 배워야 될 것 같은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며 “하지만 돈을 안 벌고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 거려도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는 나이가 지금 뿐이라, 온전히 그런 순간들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은율 양은 또래들과 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아쉬운 점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또래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라며 웃었다. 지난해 여름, 한 평일에 동해 바다로 가족과 여행을 떠나 서핑을 한 경험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변 학부모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특히 은율 양이 이름만 쓸 수 있는 정도만 한글을 배우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무책임한 엄마’라는 시선도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 모 씨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까지 가르치고 싶지 않았다”며 “물론 친구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몰라서 당황스럽거나 창피한 경험이 있었겠지만, 그것 또한 커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래들과의 시간 부족이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모 씨는 “정규 교육과정을 다 거치고 사회에 나갔다고 모든 사람들이 또래들과 잘 어울리고 사회성이 좋은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편견 없이 보면 사람마다 성향의 문제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한글도 미처 떼지 못한 채 초등학교에 들어갔던 은율 양은 올해 서울 고졸 검정고시 최연소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조향사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은율 양은 “아빠가 향을 좋아하시다 보니 향을 맡아보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고 그 계기를 전했다.
어머니 모 씨는 “조금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원하는 것을 갈증하고 찾아갔으면 좋겠다”며 “본인이 하겠다고 하면 어떤 것이든 밀어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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