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초중고교 현직 교사, 대학교수 중 “다시 태어나도 교사(교수)를 하겠다”는 이는 5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 침해, 잇단 학교 폭력 논란, 정부의 교원 감축 계획에 교직 만족도는 17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1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제42회 스승의날(15일)을 맞아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교원들의 교직 인식은 역대 조사 이래 가장 부정적이었다. ‘현재 교직 생활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은 23.6%에 그쳤다. 2006년 첫 설문에서는 67.8%를 기록했지만, 17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응답은 20.0%에 그쳐 역대 최저였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첫해였던 2020년(32.1%)보다 낮았다. 교총은 “2020년은 교원들이 방역 업무까지 떠안아 업무 부담이 가중됐던 시기인데 그보다 더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문제 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0.4%)를 꼽았다. 이어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5.2%), ‘과중한 행정 잡무’(18.2%)가 꼽혔다. 서울에서 고교 교사로 근무하는 정모 씨(50)는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는 학생을 지도하려고 해도 쉽게 행동하기 어렵다”며 “교사로서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지만 괜히 아동학대로 소송이 걸리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교권 하락과 사기 저하가 ‘학생 생활지도 기피, 관심 저하’(46.3%)로 이어지고 있다는 응답도 많았다. ‘수업에 대한 열정 감소로 교육력 저하’(17.3%), ‘학교 발전 저해, 교육 불신 심화’(14.7%)로 이어지고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교권 보호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권 침해가 심각해지자 이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내용의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여전히 교육위에 계류 중이다.
교총은 “수업방해 등 학생 문제행동에도 제지할 방법이 없고, 괜히 적극 지도했다가 무차별적인 항의,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만 당하는 무기력한 교권이 교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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