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네쌍둥이 초산 자연분만한 송리원-차지혜 씨 부부
임신 32주 지나면 출산하는데… ‘36주 이후 단축근무’ 도움 안돼
산후도우미 지원도 최대 2명 제한… “정부, 현실에 맞게 지원해주길”
“네쌍둥이는 40주씩 품을 수 없으니까…. 애들이 안됐고 미안한데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국내 최초 네쌍둥이 초산 자연분만에 성공한 차지혜 씨(37)는 12일 자연분만을 택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남편 송리원 씨(39)와 차 씨는 임신 32주 1일 차인 3월 16일 딸 셋, 아들 하나의 네쌍둥이를 출산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두 사람은 2020년 ‘아는 선후배’ 사이에서 연인이 됐고, 같은 해 연인에서 부부가 됐다. 두 사람 모두 자녀를 낳아 키우고 싶단 생각이 커서, 결혼할 때부터 ‘못해도 둘, 가능하면 셋’이라는 자녀 계획에 합의했다. 쌍둥이에 대한 ‘로망’도 있었다.
맞벌이하는 중에도 난임병원을 찾으며 출산을 준비하던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송 씨의 이직이 결정된 뒤 본격 출산 준비를 시작해 3개월 만에 네쌍둥이 임신 사실을 알았다. 차 씨는 “매주 병원에 갈 때마다 초음파로 보이는 아기집 수가 늘었다. 네쌍둥이인 것을 알았는데 정말 놀랍고 기뻤다”며 “초음파로 네 명을 다 볼 수 없어 걱정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쌍둥이는 축복이었지만 걱정할 것도 적지 않았다. 태아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된 탓에 쌍둥이는 임신 37∼38주, 세쌍둥이는 35주, 네쌍둥이는 28주 정도가 지나면 출산을 준비한다. 이 때문에 40주를 채우고 3kg 이상으로 태어나는 단태아보다 성장이 더딘 채로 태어난다. 이들 부부의 네쌍둥이도 0.9∼1.4kg으로 태어났다.
출산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오전 7시 30분부터 분만을 시도했지만 9시간 넘게 진통이 이어졌다. 양막(태아를 감싼 막)이 자궁 밑으로 튀어나와 분만장에서 아래층 수술실로 차 씨를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다태아 전문가’로 유명한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 아래 오후 5시 14분 첫째 리지가 무사히 나왔다. 6분 뒤 둘째 록시가 나왔고, 이어 4분 간격으로 셋째 비전, 넷째 설록이가 태어났다.
차 씨는 출혈이 심했던 탓에 출산 이틀 뒤에야 인큐베이터 속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차 씨는 “‘저 귀여운 아이들이 내 배 속에 있다 나온게 맞나’ 실감이 안 났다”고 했다. 네 아이 중 가장 밑에 있었고 가장 작은 첫째 리지는 성장과 회복 속도가 더뎌 이달 초까지 병원에 입원했어야 했다.
이달 들어서야 여섯 식구가 모두 모이게 됐다. ‘육아 부담이 크지 않냐’는 질문에 차 씨는 “이달에만 기저귀를 1300장 정도 쓸 것 같다”며 “아이 넷이 교대로 깨 울어대면 힘들다가도 한 번씩 나를 보고 웃어주면 피로가 날아간다”고 말했다. 차 씨는 “주변의 관심과 지원이 도움이 됐다”며 “잘 모르는 동료도 네쌍둥이 출산에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송 씨가 다니는 SK온, 차 씨가 다니는 두산에너빌리티 모두 각종 복지, 의료비 등을 지원해 준 점도 육아에 큰 도움이 됐다. 산후도우미를 구하지 못하고 있을 때는 두 사람이 살고 있던 경기 과천시가 도와주기도 했다.
다만 두 사람이 겪은 다태아 출산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조금은 아쉽다고 전했다. 송 씨 부부가 산후도우미를 구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산후도우미 지원 인력이 최대 2명이기 때문이었다. 차 씨는 “임신 초기(12주 이내)와 임신 후기(36주 이후) 하루 2시간까지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임신 28주부터 출산을 준비해야 하는 다태아 산모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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