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목표가 ‘졸업’인 학교가 있습니다. 복도에 있는 게시판에 서툰 글씨로 붙어 있는 쪽지에서 학생들의 다짐이 엿보입니다. 이 학교 재학생들은 마치 두발규정이 있다는 듯 대부분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여러 개인사정으로 제때에 학업을 마치지 못 한 40~70대까지의 만학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입니다.
“여러분은 실수를 해도 됩니다. 왜냐고요? 우리는 1학년이니까요”
스승의 날인 15일 중학교 1학년 3반 교실. 자신들보다 한참 어린 담임선생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린 만학도들은 강래경 담임교사(42)의 격려사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포기는 배추 썰 때나 하는 말이에요. 우리에겐 졸업만 있습니다.” 강 교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의 뜻을 굽히지 않는 학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겠다 다짐했습니다.
그 감동의 순간에도 아랑곳 않고 프린트물의 빈 칸에 한자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는 학생이 눈에 띄었습니다. “숙제를 안 하신 거냐?”고 묻자 한자 급수 시험이 얼마 안 남아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며 오해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스승에 그 제자였습니다. 아직 학기 초반이지만 ‘무사히 졸업하기’라는 스승과 제자의 소망이 어렵지 않게 이뤄지리라 짐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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