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승객 급감에 경영난
마을버스 요금은 8년째 동결
서울시 “추경으로 지원 확대”
업계 “요금-운송원가 올려야”
“적자가 심하다 보니 기사를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울 강북구에서 마을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승객 수가 급격히 줄면서 회사가 어려워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이전 25명 안팎이었던 기사 수는 최근 20명까지 줄었고, 원래 12대 운행하던 버스도 현재 8대만 운행 중이다. A 씨는 “대출을 받아 기사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 승객 급감에도 요금은 8년째 ‘동결’
서울 대중교통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마을버스 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이후 급감한 승객 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양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4억2702만 명이었던 서울 마을버스 이용객은 2021년 2억9684만 명으로 30.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마을버스 업체의 수입금도 2397억 원에서 1674억 원으로 줄었다.
반면 2015년 이후 마을버스 요금은 성인 기준 900원으로 8년째 그대로다. 올 초 시내버스 및 지하철과 함께 요금 인상 논의가 있었지만, 물가가 급등한 가운데 시민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논란이 일면서 하반기(7∼12월)로 연기됐다. 김문현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유류비와 인건비가 많이 올라 지금은 운행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마을버스 업계가 경영난에 처하자 기사들도 떠나고 있다. 서울 마을버스 운전기사는 2019년 3496명에서 2020년 3291명, 2021년 2992명, 지난해 2756명으로 계속 줄었다. 18년째 마을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박모 씨(68)는 “기사 수가 줄다 보니 4∼5분이었던 배차 간격이 6∼7분 간격으로 길어졌다”며 “대기 시간이 길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조사에서도 현재 125개 마을버스 업체가 운영하는 196개 노선의 운행 횟수는 2019년보다 약 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시는 “지원 확대”, 업계는 “요금 올려야”
서울시는 결국 지난달 28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시는 현재 마을버스 한 대당 하루 수입이 서울시가 정한 운송원가(현재 45만7040원)보다 낮은 업체의 경우 차액의 85%를 지원한다. 이때 지원할 수 있는 금액 상한을 21만 원에서 23만 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반면 박주운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유류비와 인건비 등을 반영하면 운송원가를 적어도 51만5842원까지 올리고 요금 인상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시는 또 기존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차액의 나머지 15%도 시와 자치구가 절반씩 부담해 차액의 100%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업계는 “자치구가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3∼6개월 걸린다”며 “서울시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마을버스가 취약계층 등 교통약자의 운송 수단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용진 계명대 교통공학과 명예교수는 “재정 부담을 생각할 때 마을버스를 준공영제로 전환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지선 역할을 제대로 하는 마을버스에 지원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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