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밖에 못나온 편입생”… 경찰대 재학생들 ‘텃세 학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6일 03시 00분


순혈주의 없애려 올부터 편입 선발
편입 후배에 폭언 재학생 2명 징계
“동아리 등 배제, 인사도 안 받아”
중앙경찰학교 이어 잇단 학폭 논란

“○○대밖에 못 들어간 사람이 왜 경찰대를 다니나.”

올 3월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경찰대로 편입한 3학년 편입생은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4학년 재학생 A 씨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A 씨는 3월경 경찰대 내 흡연장에서 “진짜 마음에 안 든다. 인사 똑바로 안 하나. 학교생활 똑바로 하라”며 욕설을 퍼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순혈주의 타파’를 내걸고 올해부터 편입생(50명)을 받기 시작한 경찰대가 편입생을 상대로 폭언과 욕설을 한 A 씨 등 재학생 2명을 징계 처분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른바 ‘텃세 학교폭력(학폭)’이 자행된 것이다.

올 3월 중앙경찰학교에서 집단괴롭힘 사태로 가해자 5명이 퇴교 처분을 받은 데 이어 경찰대에서도 학폭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임용 이후 학폭을 감시·처벌해야 하는 경찰 양성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나이 먹고 부끄럽지도 않나” 폭언
이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대는 올 3월 20일 폭언 가해자로 지목된 경찰대 4학년 재학생 A 씨와 B 씨에게 각각 근신 5주와 3주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근신 기간에는 외출·외박이 정지되고 벌칙 훈련 및 벌점 50∼100점이 부과된다.

경찰대 재학생 등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올 3월 입학한 편입생을 상대로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룸메이트인 B 씨는 편입한 다른 3학년생이 슬리퍼를 신고 흡연장에 있자 “어디서 그렇게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학교생활 그렇게 할 거면 당장 퇴교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B 씨는 방 안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며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여러 차례 편입생에게 욕설과 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교내 담당 교수에게 학폭 사안을 신고했고 경찰청 감사 후 내부 징계위원회가 열려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 처분을 내렸다. 경찰대 관계자는 “학장 지시 사항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생활공간을 분리하고 전체 교육생을 대상으로 규범 교육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징계 처분 후에도 경찰대 내 익명 게시판에선 편입생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경찰대 재학생은 “조금만 뭐라고 하면 가혹행위라고 호소하는데 나이 먹고 부끄럽지도 않나”라며 “동문끼리 성명서를 내 편입제도를 폐지해 달라고 하자”고 썼다.

대학 내에서 편입생을 차별하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한 편입생은 “편입생이라는 이유로 스터디 모임이나 동아리 모임에서 제외하는 등 차별이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다른 편입생도 “선배들 사이에서 ‘편입생 인사는 받아 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해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 “경찰 양성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

올 3월 중앙경찰학교 교육생이 모인 온라인 게시판에는 “강의실에서 조리돌림하면서 무시하고 액체를 목에 뿌려 옷을 다 젖게 한다”며 집단괴롭힘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학교 측은 조사에 착수해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목덜미에 인공 눈물을 뿌리는 등의 행위를 하며 괴롭힌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교칙 위반을 이유로 가해자 5명을 직권으로 퇴교시켰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경찰대에서도 학폭이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교육기관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웅석 서경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국민과 직접 대면하며 봉사하는 경찰이 집단 내에서 편을 가르거나 계급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학폭을 막아야 할 경찰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에서 학폭이 발생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경찰 교육기관 내 종합적인 실태 점검과 합리적 간부 양성 방안을 재논의해야 한다. 경찰 수뇌부의 뼈저린 반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순혈주의#편입생#경찰대 재학생#텃세 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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