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발생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가족이 법정에서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의 부실 대응 정황을 증언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15일 인천지법 형사17단독 이주영 판사는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전 경위(49·남)와 B 전 순경(25·여)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사건 피해자인 40대 여성의 남편 C 씨와 딸 D 씨가 증인석에 섰다.
C 씨는 “사건 당시 탈진해서 (아내를 병원에 데리고 가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관들은 바로 조치하지 않았다”며 “그때만 데리고 갔어도 뇌는 다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고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관들이 밖에 있는 사이 제가 칼등으로 범인을 기절시켜 제압했더니 뒤늦게 경찰관들이 올라왔다. 그런데 경찰관들은 범인을 데리고 내려가면서 바닥에 흥건한 피도 밟지 않으려고 피했고 아내를 같이 데려가 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며 오열했다.
이어 “도와달라는 요청을 무시하던 A 전 경위의 악마 같은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데, 뒤에서는 자기가 범인 잡았다며 자랑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때만 아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더라면 지금쯤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 씨는 당시 사건으로 딸 D 씨의 얼굴에 흉터가 생겼으며 정신과 치료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 있었던) 저희 딸은 아내가 범인에게 칼을 맞고 쓰러지는 걸 바로 앞에서 목격했다”며 “범인이 칼을 찌르는 것을 손으로 막고 대치하다가 얼굴에 상처를 심하게 입었으며 성형외과 교수는 상처가 영원히 남을 거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극심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며 “대학병원에서도 딸에게 정신과 병동에서 치료받는 게 어떻겠냐고 말을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C 씨는 “비겁한 경찰관들이 경찰 조직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벌을 내려주길 애원하고 당부한다”며 “사건 이후 집안은 아수라장이 됐는데 경찰관들이 제발 중벌을 받아서 우리 가족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딸 D 씨는 “당시 B 전 순경을 가운데 둔 상태에서 범인이 어머니의 목 부위를 흉기로 찔렀다”며 “제가 바로 범인의 손을 붙잡았고, B 전 순경은 ‘119를 불러야 한다’며 밑으로 내려갔다”고 증언했다.
그는 “제가 ‘사람 살려’라며 크게 비명을 지르고 경찰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아버지만 올라왔다. 아버지와 함께 범인을 제압하느라 흉기에 찔린 어머니를 제대로 지혈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울부짖고 소리 질러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피고인 중) 누구라도 빨리 왔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가해 남성을 제압한 뒤, 뒤늦게 현장에 온 경찰관들이 (누워있던) 가해 남성을 향해 테이저건을 쏘고 삼단봉을 그제야 펼쳤다”고 주장했다.
이날 A 전 경위의 법률대리인은 “증인들은 진술을 계속 번복하고, 엇갈리고 있다”며 “증인들은 경찰관들이 대처를 잘못해서 다쳤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지만, 최초 범행 이후 가해 남성은 별다른 공격행위가 없었는데 증인들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발생했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A 전 경위와 B 전 순경은 2021년 11월 15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피해 112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음에도 현장을 이탈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빌라 4층에 살던 남성이 3층 거주자인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를 때 삼단봉, 테이저건, 방범 장갑을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제지하지 않거나 현장을 이탈했다. 이에 피해자는 흉기에 목을 찔려 뇌수술을 받았고 C 씨와 D 씨도 얼굴과 손 등을 다쳤다.
사건 발생 후 A 전 경위와 B 전 순경은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해임됐지만, 이들은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공판에서 A 전 경위 법률대리인은 “빌라 밖으로 나갔을 때 A 전 경위는 안에서 벌어진 일을 알 수 없었다”며 “법리적으로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B 전 순경은 혐의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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