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동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해 반공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우리 어부 100명에 대해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납북귀환어부 100명에 대한 직권재심 청구 절차에 착수할 것을 전국 5개 관할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이 납북 귀환 이후 형사 처벌된 어부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재심 청구에 나선 건 처음이다.
납북귀환어부는 동·서해상에서 어로작업을 하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돼 북한에서 체류하다가 귀환한 선원들이다. 1987년까지 납북된 어선은 459척, 선원은 3648명에 달한다.
이번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 100명은 1969년 5월 28일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으로 일괄 귀환한 기성호 등 선박 23척의 선장과 선원 150명 가운데 현재까지 재심이 청구되지 않은 피고인들이다. 나머지 50명은 △이미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9명(속초지청) △피고인과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40명 △사망자 1명이다.
이들은 1968년 북한 억류 기간에 북한 체제 선전 교육을 받았다. 이듬해 남한으로 귀환한 직후에는 공공시설에 분산 수용돼 군·중앙정보부·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 심문반으로부터 2주간 심문을 받고 기소됐다. 적용된 혐의는 수산업 위반, 반공법 위반 등이다.
재판에 넘겨진 150명 가운데 1심 도중 사망한 1명을 제외한 149명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17명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132명은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다.
이들은 석방된 후에도 ‘간첩’으로 낙인 찍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지 못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재심 청구 대상자는) 대부분 영세어민”이라며 “그 가족들은 학업을 포기하거나 생존을 위해 뿔뿔이 흩어지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형사 처벌과 생활고 외에도 어부와 그 가족은 간첩·빨갱이 등으로 낙인 찍혀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는 등 정상적 사회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재심이 열리면 검찰은 이들에게 무죄를 구형할 것으로 보인다. 어부들과 가족들의 명예와 피해가 회복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 절차를 수행함에 따라 피고인 또는 유가족이 스스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소송 비용을 부담하는 어려움을 덜고, 신속한 명예회복과 권리 구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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