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봉화군, 양수발전소 유치 경쟁
청송군, 여자교도소 설립 요청 나서
초고령화-인구 감소 위기 속 생존전략
세수 증대-신규 일자리 창출 등 기대
경북 북부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다른 지역에서 유치를 꺼리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시설을 적극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등으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는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최근 영양군과 봉화군은 님비 시설로 꼽히는 양수발전소 유치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초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향후 신규 양수발전소 2, 3곳을 설립할 계획이다. 다음 달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8월 건립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양수발전소는 펌프로 고지대 저수지에 물을 퍼 올려 저장한 뒤 필요한 시기에 물을 아래로 떨어뜨려 전기를 만드는 시설이다. 인위적으로 저수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설립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양군과 봉화군이 양수발전소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지방 소멸 위기 때문이다. 영양군은 울릉군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곳이다. 현재 인구는 약 1만5900명이지만 수년 내 ‘인구 1만 명 선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영양군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신생아 양육비 지원 조례를 만드는 등 인구 늘리기에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 효과는 미미하다. 봉화군도 현재 인구 3만여 명으로 ‘인구 3만 명 사수’ 종합 계획을 세우는 등 인구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양군과 봉화군은 양수발전소를 유치하면 한국수력원자력과 협력 업체 직원이 이주해 인구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신규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 지원금 936억 원 확보, 연간 14억 원 세수 증대 등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양군은 최근 지역 각계각층 대표자 250여 명으로 구성된 범군민 유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앞으로 유치 홍보 활동과 지역 여론 형성, 대정부 건의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다음 달 유치 신청서 제출 전까지 군민의 75%인 1만2000여 명의 서명을 받는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11일에는 처음으로 유치 염원 범도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신규 양수발전소 유치에 행정,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019년부터 양수발전소 유치에 공을 들여왔던 봉화군은 재도전장을 던졌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양수발전소는 건설 비용이 1조 원 이상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라며 “외부 인구 유입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지역 내 유례없는 경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송군은 최근 법무부에 여자교도소 및 교정아파트 설립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청송군에는 이미 경북 북부 제1·2·3교도소와 경북직업훈련교도소 등 교정시설 4곳이 모여 있다. 교정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설 관리 등에 지역 주민을 채용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해 추가 교도소 유치까지 나섰다.
청송군은 앞서 2년 전에도 여자교도소 유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고 판단한 군은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사업 추진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청송군 관계자는 “법무부가 경기 화성시에 여자교도소 신설을 추진하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면 청송군은 꾸준히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긍정적인 답변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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