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치유농업 전문가 14명 참여
정신-육체적 건강 회복 프로그램
작물 수확해 샌드위치 등 만들어
13일 오전 11시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올리못농장에 어린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함께 웃음꽃이 피었다. 텃밭을 직접 가꾸는데 서로 의견을 내놓고, 조율하느라 소란스럽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표정들이었다. 텃밭 이름, 텃밭 형태, 심을 모종의 위치 등을 정한 뒤 정성껏 모종을 땅에 심었다. 김나예 양(초등 4년)은 “직접 심은 어린 싹이 쑥쑥 자라나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며 “샤스타데이지 꽃 향이 너무 좋아서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제주도 치유농업사협회(회장 좌은영)가 서귀포시 대정읍 대정청소년수련관 방과 후 아카데미 학생을 대상으로 마련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텃밭에서 놀아요’의 첫 번째 시간이다. 제주지역 치유농업 전문가들이 마련한 첫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 단체는 치유농업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해 국가자격증을 획득한 제주지역 치유농업사 14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치유농업사 5명은 초등생 12명이 올리못에 도착하자 희망, 평화의 꽃말을 지닌 샤스타데이지 꽃다발을 안겨 주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먼저 맥파측정기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했다. 프로그램 전후 스트레스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1부터 10까지 단계 가운데 대부분 5∼6단계로 다소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다. 낯선 분위기를 풀기 위해 몸 풀기 게임을 한 후 3명이 한 조가 돼 텃밭을 가꿨다. 텃밭은 가로 1m, 세로 2m 크기로 올리못농장에서 무상으로 제공했다.
학생들은 이날 상추, 바질, 가지, 토마토, 고추, 해바라기 모종을 심었다. 텃밭에서 놀아요 프로그램은 7월 29일까지 6회에 걸쳐 진행한다. 모종과 함께 풀 뽑기, 친환경 병해충 방제를 하고 다양한 흙 놀이와 멍때리기 대회 등 흙에서 뛰놀며 아이들의 놀이 욕구를 북돋워 준다. 생명의 소중함과 생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식물 돋보기, 곤충 관찰 등도 한다. 수확한 작물로 샌드위치나 선물 만들기를 하면서 활동을 마무리한다.
노미경 치유농업사는 “치유농업 프로그램 이후에 일상으로 돌아간 학생들의 활동을 관찰한 후 변화 여부와 사후 만족도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며 “제주에서 치유농업 활동에 따른 정서적 변화와 효과를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프로그램이 드문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치유농업이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치유농업은 다양한 농업·농촌자원·경관을 활용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제공하는 농업활동을 의미한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치유농업 용어 외에도 ‘사회적 농업’, ‘녹색 치유농업’, ‘건강을 위한 농업’ 등을 사용하며 활발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2013년 농촌진흥청에서 치유농업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원예 및 산림치유, 동물매개 치유 등과 연계하여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발달장애아동, 노인 등을 대상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시범 단계 수준이다.
좌은영 회장은 “치유농업사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미흡해 자발적으로 행사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며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을 비롯해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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