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가부 장관 “남성 군복무 보상 확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7일 03시 00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 1주년 인터뷰
“군복무중 학점 취득-취업 준비 지원
성별근로공시제 민간에 확대해야”
“여가부, 양성평등본부 개편이 최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30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불평등의 종류가 다릅니다. 남성에게는 군 복무 기간을 보상하고 여성에게는 취업과 승진 과정에서 차이가 없도록 만들어주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7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9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성과 여성이 골고루 혜택을 누리도록 양성평등적 관점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김 장관은 여전히 여가부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양성평등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가부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며 “(현재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지만)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개편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男은 군대, 女는 취업·승진 불평등 해소해야”
김 장관은 “여성 징병제를 시행하는 네덜란드의 요안너 도르너바르트 주한 대사를 만났을 때 ‘한국에서 여성의 사회적 복무를 도입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여성 군 복무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남성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여성에게 군 복무 의무를 지우기보다는 남성의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보상을 현행보다 늘리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만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서는 “이미 위헌 판결을 받은 제도”라며 “보상 방법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남성의 군 복무 보상을 위해서 “금전적 보상과 함께 군 복무 중 (대학) 학점을 따거나 코딩 교육을 제공하는 등 취업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할 수 있도록 ‘패키지’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여성이 겪는 노동시장 내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성별근로공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별근로공시제란 기업이 직원 채용과 근로, 퇴직단계에서 성비 현황을 외부에 공시하는 제도다. 김 장관은 “뉴질랜드에서는 남녀 임금 격차가 10% 미만인데도 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한국은 31%나 된다”며 “국내에서는 성별근로공시제를 올해 하반기에 공공부문에만 시범사업으로 도입하는데 이를 민간기업에도 확대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젠더 갈등 근본 원인은 저성장으로 인한 경쟁 심화”
김 장관은 취임 당시부터 지금까지 여가부가 한국 사회의 젠더갈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점이 폐지가 필요한 근거라고 언급해 왔다.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여가부가 젠더갈등 해소에 일조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젠더갈등은 사회, 경제, 문화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여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자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젠더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성장으로 인해 경제적 자원이 과거에 비해서 줄어들다보니 경쟁이 심화돼 그 문제가 (상대 성별과의) 갈등으로 표면화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 현실에서의 젠더갈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나타나는 것만큼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는 현재 사실상 ‘멈춤’ 상태다. 여야가 여가부 폐지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서 2월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 첫 정부조직법 개편안에는 여가부 관련 내용이 아예 빠지게 됐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현재 만들어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좋은 대안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여가부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여성의 권익이 굉장히 낮아 목소리를 크게 내는 집단이 필요했다”며 “하지만 사회 환경이 변하면서 여성 특화 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낮아졌는데 여가부의 사업은 여성중심적인 게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몸캠’ 등으로 인해 전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25%는 남성인데 이런 부분도 정책적으로 포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또 여가부가 지금의 ‘작은 조직’ 형태로는 양성평등, 청소년, 가족 정책을 총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조직이 영원히 한 형태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가 바뀌는만큼 조직의 형태나 효율성 측면에서도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폐지 추진에 있어서는 ‘국회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조직개편은 국회에서 원내대표 협의사항으로 재논의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저출산 심화에 청소년 정책 더욱 집중”
김 장관은 취임 후 1년 동안 청소년 정책에 특별히 집중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그동안 청소년 정책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시대에 청소년 한명, 한 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정책이 제대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는 (정책의 대상으로) 여성만 조명했다면 (취임 이후에는) 청소년에 대해서 조명하려고 많이 애를 썼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증가하는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SNS를 통해 마약 관련 불법 정보가 청소년에게 노출되는 빈도를 보면 그 증가 추이가 너무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청소년매체환경보호센터에 따르면 마약류 불법정보 점검 건수는 지난해 7만6323건으로 전년 대비(1만8969건) 약 4배로 늘었다.

청소년 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여가부는 청소년매체환경보호센터를 통해서 SNS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의 마약류 유통 정보 등을 점검하고 있다. 문제가 될만한 정보를 발견하면 플랫폼 사업자에게 신고, 삭제 및 차단 등의 협조 조치를 요청하고 있는데 그 횟수를 기존 월2회에서 앞으로는 상시요청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청소년들의 정서·행동 문제 중심의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국립청소년디딤센터의 프로그램도 알코올, 마약류 문제 치유까지 확대한다. 마약 중독 청소년이 입소해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남성 군복무 보상#취업-승진 차별해소#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