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일원화 10년 흔들리는 사법부]
김명수 취임이후 퇴직자 계속 늘어
“연수원 1~100등, 판사 지원 옛말”
최근 법조계에선 ‘엘리트 판사’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법원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하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하면서 승진을 위해 일을 열심히 할 이유가 사라지자 ‘퇴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6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대형 로펌들이 경쟁적으로 영입전에 나서면서 전국법원의 고법 판사 15명이 법원을 떠났다. 고법 판사는 15년 경력 이상 중견 판사 중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판사가 임명되는데 향후 대법관도 될 수 있는 우수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과거에는 일 잘하는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상부 인정을 받아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하고, 이후 법원장이 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지고, 법원장도 지방법원 판사들이 추천한 후보를 참고해 임명하게 되면서 법원에 남아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한 고법 판사 상당수가 퇴직 후 대형 로펌행을 택하고 있다. 고법 판사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차관급 대우를 받고 이후에 법원장 승진의 징검다리로 여겨지던 고법 부장판사와는 차이가 크다.
다만 고법 판사는 고법 부장판사와 달리 별도의 취업제한 규정이 없어 곧바로 대형 로펌에 취직할 수 있다. 또 로펌도 ‘고법 판사 출신’이라는 간판이 사건 수임에 유리한 만큼 이들을 주요 영입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2012∼2015년 연간 1, 2명 선이었던 고법 판사 퇴직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인 2018년(8명)부터 꾸준히 늘어 2021년 9명, 지난해 13명, 올해 15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로스쿨생들도 “사법연수원 성적으로 가장 우수한 1∼100등이 판사가 되고 그 다음에 검사, 변호사가 된다는 건 옛말”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에는 로스쿨 2학년 때부터 성적 우수자들을 대형 로펌에서 먼저 ‘입도선매’ 하는 게 일반화됐다. 또 경력 있는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가 시행된 2013년 이후부터는 공직 지망생 상당수가 곧바로 임용될 수 있는 검사를 더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부활 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현재 법조계 경력 ‘5년 이상’이고, 단계적으로 ‘10년 이상’으로 늘어나는 판사 임용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계에서 자리잡은 10년 차 우수 인력이 굳이 법원으로 와서 판결문 쓰는 것부터 다시 배우겠느냐”며 “판사 임용 경력 기준 상향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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