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아 광주를 찾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가 “할아버지는 학살자이자 위선자로 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 씨 일가와 그 주변에서 5·18 등의 진실을 부정하는 이유에 대해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지 않기 위한 발악”이라고 했다.
우원 씨는 1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어제 광주에 내려왔다”며 이번 방문이 4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민주화운동이 시작됐던 날이기 때문에 저희 가족의 죄가 좀 더 크게 느껴진다”며 “제가 태어나기 전이지만 가족의 구성원이고, 1980년대 이후로 각종 유언비어나 피해받은 분들의 고통이 끊이는 것은 아니지 않나. 최소한 저라도 그분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을 환대해 주는 유족들에 대해 “저한테 돌을 던지거나 욕설한다고 해도 드릴 말씀이 없는데, 오히려 제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많고 제 건강을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아 죄송한 마음이다”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고 왜 더 일찍 오지 않았나라는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했다.
우원 씨는 가족들이 5·18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냐는 질문에 “국민의 인권을 더 발전시키고 보호했다는 의미보다는 ‘그 사람들 간첩이다, 빨갱이다’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고 분단을 이끄는 개혁적인 움직임의 원천이다’는 식으로 말씀하신다”면서 “아예 5월 18일에 대한 언급 자체를 불편해한다. 제가 질문을 하면 거기에 대해 아무도 깊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원 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오른팔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전우원은 5·18 때 태어나지도 않았다”며 우원 씨의 사죄 행보에 대해 못마땅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온 국민, 전 세계가 역사를 배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제가 그때 태어나지 않았어도 충분히 배우고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며 “그냥 잊힌 역사로 되면서 피해자들의 한이 안 풀어지는 경우에는 그 후대 세대가 충분히 사죄를 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가족들이 역사나 사실, 진실을 부정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어떤 자존심 때문인가’라고 묻자, 우원 씨는 “자존심도 크고 가족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는 것도 되게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그분들 입장에서는 역사가 잊혀야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 아닌가”라며 “그냥 자존심에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아는 바로는 비자금 문제도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자금 관련된 문제가 최대한 불거지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최대한 이 일에 대해 잊거나, ‘그냥 그런 일이 있었나 보다’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만 기억하기를 원하는 것 같아 어찌 보면 발악 아닌 발악을 하는 거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우원 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어떻게 평가돼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학살자이자 위선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게 아니라 한 개인의 욕심으로 얼마나 잔인한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되새기고 또 기억할 수 있는 그런 비극의 사례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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