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북부서 기동2중대 모두 전역
40년간 이어져온 의경 완전 폐지
치안유지 인력 부족 우려 커지자
경찰청 “경찰관 기동대 인원 충분”
“저희는 어깨에 무궁화 꽃봉오리 하나짜리 계급장을 단 마지막 경찰관이었습니다.”
12일 부산 북구 북부경찰서 기동2중대 생활관에서 만난 최영범 수경(23)은 “의무경찰(의경)로 복무한 것은 평생 자부심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수경은 마지막 의경 기수인 1142기로 선발돼 1년 6개월간 활동하다가 207명의 동기와 17일 전역했다. 1142기의 전역으로 병역의무 기간 군 입대 대신 경찰의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 의무경찰 제도가 완전히 폐지됐다.
이날 찾은 기동2중대 건물은 텅 빈 듯 한적했다. 최 수경과 그의 동기생 3명만 남아 있었다. 지난해 말까지 100명에 가까운 의경이 북적이던 공간이었다. 의경이 사용하다가 더는 쓸모 없게 된 슬리퍼와 옷걸이 등의 생활용품이 상자에 담겨 건물 현관에서 폐기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동2중대 관계자는 “이달 초까지 최 수경의 동기생 57명이 이곳에서 함께 지냈지만 대부분이 남은 휴가를 쓰기 위해 떠났다. 이들은 휴가가 끝나도 복귀하지 않아 사실상 먼저 전역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휴가를 모두 소진한 4명만 남아 의경부대 문을 닫기 위한 막바지 정리 작업을 벌였다. 최 수경은 “우리가 써왔던 진압복과 불봉(경찰봉) 등의 진압 장비를 다른 경찰서에 넘기기 위해 파손 정도를 점검해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수경은 장래 희망인 경찰관을 미리 체험하기 위해 의경 입대를 자원했다고 한다. 31.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지막 의경에 뽑힌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는 “지난해 가을 부산 강서구 화물연대 파업 때 동료들과 늦은 밤까지 집회 관리에 나섰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복무 기간 내내 후배 기수 없이 생활해 더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전역 소감을 전했다.
경찰청은 2018년부터 매년 20%씩 의경 인원을 감축하는 등 의경제도 폐지 수순을 밟아왔다. 정부가 발표한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인력 증원방안’에 따른 조처였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의 의경 수는 2017년 1548명이었으나 매년 감소해 △2018년 1181명 △2019년 1025명 △2020년 648명 △2021년 300명 △지난해 94명까지 줄었다.
북부서 기동2중대는 의경제도 폐지 전 부산에 유일하게 남은 의경부대였다. 부산에 배치된 의경은 14곳의 일선 경찰서의 방범순찰대(방순대)와 부산경찰청의 112타격대 등에서 근무했는데, 의경 폐지 정책 발표 후 방순대는 하나씩 문을 닫았다. 폐쇄되는 의경부대에 남은 의경은 이곳 기동2중대와 기동1중대(강서구) 등에 전입됐다가 기동1중대마저 문을 닫으면서 기동2중대로 모두 모이게 된 것. 여기에다 지난해 6월 경남경찰청과 울산경찰청 등 전국 대부분의 지방경찰청 소속 의경부대가 폐쇄되면서 그곳에 있던 의경도 기동2중대로 옮겨왔다. 전국에서 의경제도 폐지 전까지 의경부대를 운영한 곳은 부산경찰청과 서울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등이다. 최 수경은 “선임들이 떠나 아쉬워질 만하면 전국 각지에서 동기들이 전입을 왔다. 지난달부터는 57명의 동기생으로만 이곳이 채워졌다”고 말했다.
1983년 1월 첫 기수를 받은 의경은 시민 삶터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집회와 시위에 대응하고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 △교통질서 유지 △지역축제 등의 혼잡 관리 등에 나서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이런 의경이 사라짐에 따라 치안 유지를 위한 경찰력 부족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경찰관은 “집에서 출퇴근하는 직업 경찰관과 다르게 의경은 부대에서 숙식하며 상주해 돌발 상황 발생 때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며 “이런 의경의 역할을 경찰관이 대신 맡아야 하니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경비과 관계자는 “의경제도 폐지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경찰관으로 꾸려진 기동대를 단계별로 증설해 온 만큼 경비 경력 부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