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위험군’ 153만명… 1인가구 5명중 1명꼴, 50대 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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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3378명 숨져… 4년새 40% 증가
“중장년 남성, 은퇴 후 좌절-고립”
정부, 5년내 고독사 20% 감소 목표
이장-식당주인 등 ‘지킴이’로 활용

서울에 사는 A 씨(61)는 사업 실패와 이혼으로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A 씨는 수십억 원의 빚을 떠안고 고시원에 홀로 살고 있었다. 고시원 이용료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던 그는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고 고립되어 지냈다.

우울감이 점점 심해지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을 때 A 씨는 구청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파산면책을 신청하면서 빚더미에서 벗어났고, 지방자치단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심리상담도 받았다.

정부가 18일 A 씨처럼 고독사 위험에 처한 이들을 발굴해 적절한 복지 서비스를 받게 하는 내용의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고독사 수는 2021년 기준 전체 사망자 100명당 1.06명인데, 이를 2027년까지 0.85명으로 20% 줄이는 것이 목표다.

● 1인 가구 5명 중 1명이 ‘고독사 위험군’
나 홀로 가구가 전체 가구의 33%(2021년 기준)를 넘어서면서 고독사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고독사는 관련법상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돼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된다. 2021년 고독사 수는 총 3378명으로 2017년 2412명에서 40%나 늘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고독사 위험군’은 약 152만5000명에 달한다. 전체 1인 가구가 약 717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 가구 5명 중 1명이 고독사 위험군인 셈이다. 지난해 1인 가구 9400여 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교류와 식사 횟수 등 표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고독사 위험군 규모를 추정했다.

고독사 위험은 특히 중장년층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중 고독사 위험군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50대(33.9%)였다. 그다음이 60대(30.2%), 40대(25.8%) 등 순이었다.

특히 중장년층 남성은 은퇴 이후 전통적 가장의 역할로 여겨져 온 경제력을 상실하면 좌절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민철 서영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는 “65세가 되면 노인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직전 연령대는 ‘소득 절벽’ 현상을 겪는다”며 “특히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어려움을 겪을 때 가족이나 친구 등 비공식적인 관계망을 통해 위로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동네 이장·식당 주인, ‘우리 마을 지킴이’로
정부는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독사 위험군을 제때 발굴해 복지 서비스로 연계하는 ‘연결 고리’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18일 발표한 대책에도 평범한 이웃들이 고독사 위험군을 직접 발굴해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게이트키퍼(gate keeper)’ 양성 방안이 포함돼 있다. 복지부는 평소 이웃들을 자주 마주치는 동네 이장, 식당이나 부동산중개업소 주인 등을 ‘우리 마을 지킴이(가칭)’로 키워내고 교육할 계획이다.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해 복지, 주거, 고용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통합사례관리사 수도 현재 978명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시군구별로 필요한 인력을 추계한 뒤에 정할 예정”이라며 “처우 개선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고독사 위험군#은퇴 후 좌절-고립#우리 마을 지킴이#고독사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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