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70대 할아버지를 심폐소생술(CPR)로 살린 20대 대학생들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19일 호남대학교에 따르면 호남대 재학생 정주현 씨, 이준하 씨, 이명학 씨는 16일 오후 5시경 광주 광산구 소촌동 송정지하차도를 지나는 버스 안에서 70대 남성 조모 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응급구조학과에 재학 중인 정주현 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한 뒤에 휴대전화 스피커 모드를 이용해 상황실 직원이 들려주는 압박 속도로 다른 학생들이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다른 학생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약 10분 간 번갈아가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학생들의 응급처치를 받은 조 씨는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조 씨는 18일 심장제세동기삽입 시술을 마치고 회복 중이다.
정 씨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환자의 머리를 손으로 감싸 고정하는 등 학교에서 배운 전공 지식들을 현장에 그대로 적용했다”며 “전공을 살려 구급대원이 되는 것이 목표인데, 앞으로 몸에 더 자연스럽게 배도록 이론과 실습을 열심히 익히겠다”고 말했다.
이준하 씨는 “할아버지가 쓰러지신 것을 보고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몸이 반응했다”며 “환자를 바로 눕히고 호흡과 의식 여부를 확인한 뒤에 허리 벨트를 풀어 몸을 느슨하게 했다. 학교에서 CPR을 배웠는데,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압박해야 한다고 알고 있어서 온 힘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이명학 씨도 “CPR을 하고 있는데, (다른 학생이) ‘혼자서 하기 힘드니 같이 하자’고 나섰다”며 “다른 승객 분들도 신발을 벗기고 팔과 다리를 주물러주며 도왔다”고 말했다.
조 씨의 딸 조영미 씨는 “심정지가 왔을 때는 골든타임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학생들이 주저하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해 위기를 넘겼다”며 “(아버지가) 활동이 가능해지면 생명의 은인인 학생들과 꼭 식사라도 하면서 감사함을 표시하시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사선생님께서 ‘갈비뼈가 부러진 것은 CPR을 제대로 했다는 반증’이라고 말씀하셨다”며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고 실천해서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고 덧붙였다.
광주 서부소방서는 응급처치술을 신속하게 해낸 학생들을 ‘하트세이버’로 추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트세이버는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등을 실시해 의식을 회복시키고 72시간 동안 생존케 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명예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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