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차에서 잠을 자다 차량을 수 미터가량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에게 법원이 고의로 운전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9월 10일 오전 5시경 충남 금산군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친구와 함께 식당 앞에 주차된 자신의 차에 탔다.
A 씨는 차에서 자다가 깨 근처에서 소변을 본 뒤 다시 올라탔다. 이때 차량 브레이크 등이 몇 차례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다 갑자기 꺼지면서 차가 수 미터 전진했고, 식당 앞에 놓여있던 화분과 에어컨 실외기 등을 들이받았다.
사고가 난 뒤에도 A 씨는 친구와 계속 차 안에 머물러 있었다. 이후 인근 상인이 이날 오전 7시 30분경 차량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당시 음주 측정을 한 결과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넘는 0.130%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리운전이 잡히지 않아 차에서 잤고, 자다가 에어컨을 켜려고 시동을 건 기억은 있지만 운전한 기억은 없다”며 “아침에 일어나보니 차가 가게 앞 물건을 들이받은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대전지법은 당시 도로 상황과 대법원 판례 등을 바탕으로 A 씨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도로가 내리막길인 점 등을 고려하면 실수로 기어 변속장치 등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인이 고의로 차량을 운전하려 했다면 사고가 난 이후에도 차량을 그대로 방치한 채 계속 잠을 자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2004년 4월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기어를 건드려 차가 움직이거나, 불안전한 주차 상태와 도로 여건 등으로 차가 움직이게 된 경우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고한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삼았다.
검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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