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나무에 기대어 쉬어본 적 있나요? 어떤 나무는 3000∼5000년까지 산다고 합니다. 가끔 우리도 이렇게 오랜 시간 버텨온 나무에 기대 쉬어도 되지 않을까요.”
17일 서울 관악산 치유의 숲길. 산림치유지도사는 이같이 말한 후 참가자들을 나무 한 그루 앞에 한 명씩 서게 했다. 참가자들은 아무 말 없이 나무를 꼭 끌어안고 토닥이거나 쓰다듬었다. 햇살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힐링을 도왔다. 나무에 기대 눈물을 훔치던 임옥순 씨(59)는 “최근 힘든 일이 너무 많았는데 나무가 ‘울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일상에서 벗어나서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 도심 숲에서 몸과 마음 치유
서울시가 시민들의 몸과 마음 건강 향상을 위해 운영 중인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호평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형 치유 숲길 14곳과 녹색복지센터 2곳 등 총 16곳에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산림치유는 숲의 향기, 경관, 피톤치드 등 자연 요소를 활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만8108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가 참여한 관악산 치유센터의 ‘숲에서 쓰담쓰담’ 프로그램은 약 1시간 반 동안 관악산 치유 숲길에서 진행됐다. 산림치유지도사는 묵언 산책을 통해 새소리,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권유했다. 산책 코스 중 정상에 올라 입으로 숨을 내쉬며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벌꿀호흡법’을 체험하기도 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접근성이 좋고, 자연환경이 뛰어난 곳에서 주로 이뤄진다. 산림치유지도사의 전문적 지도하에 체계적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요가 같은 신체활동이나 명상 같은 마음 건강 프로그램에도 동참할 수 있다.
● 산림치유 후 스트레스 완화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실제로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자가 참여한 날 관악산 치유센터 측은 프로그램 참가자 두 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심박동변이도검사(HRV)를 했다. 한 참가자는 HRV 종합점수(100점 만점으로 낮을수록 스트레스가 높다는 의미)가 24점이었지만 1시간 30분 동안 프로그램을 체험한 후 30점으로 올랐다. 다른 참가자도 27점에서 30점으로 올랐다. 관악산 치유센터 관계자는 “짧게나마 도심 속 산림욕을 즐기며 스트레스가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효과를 감안해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올 하반기(7∼12월)에는 동대문구 배봉산에 ‘서울형 숲길’을 조성해 신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산림치유 프로그램 운영 장소는 16곳에서 17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산림치유 프로그램 참여를 원하면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yeyak.seoul.go.kr)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한 후 신청할 수 있다. 온라인뿐 아니라 전화 또는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앞으로도 시민들의 몸과 마음 건강을 위한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서울의 숲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치유받고,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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