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무연고 독거노인의 집에 들어가 조카 행세를 하면서 10년 넘게 무단으로 거주하고 폭행을 일삼은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노인학대와 퇴거불응, 상해 등의 혐의로 A(65·남)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10여년 전부터 장애를 갖고 있는 무연고 독거노인 B(83·여)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 거주해왔다. 그는 ‘집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하는 B씨를 폭행하고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와 B씨의 관계는 지난 3월초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두 사람을 분리 조치한 경찰은 B씨를 설득해 자초지종을 물었고, A씨가 조카 행세를 하며 무단으로 거주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B씨는 갈비뼈가 3개나 부러진 상태였다. 그는 집이 A씨에게 넘어갈 것을 우려해 집을 판 뒤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A씨는 지난 2016년 자신이 B씨의 ‘조카’라며 그의 집에 전입신고를 했다. B씨가 사망하면 그의 재산이 A씨의 차지가 되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A씨가 과거 공공근로를 하면서 집수리 사업 등을 통해 연고자가 없는 독거노인과 친밀감을 형성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추가 피해 노인이 더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경찰관들이 이상한 느낌을 받아 주변에 관계를 확인하면서 사건을 인지하게 됐다”며 “피해자가 의사 표현이 어려운 탓에 주변에 이를 알리지 못 해 범죄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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