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간호법 제정안·의료인 면허취소법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멈춰섰던 의료현안협의체가 한달여 만에 재가동될 전망이다. 의료계 핵심쟁점 중 하나인 의대정원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인데, 정부와 의료계 간 입장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22일 “오는 24일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할 것 같다”면서 “의료현장에서 필수의료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즉 필수의료 지원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의대정원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이 의료현안협의체에 복귀하게 되면 지난달 13일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인 면허취소법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정부와의 의료계 현안 논의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지 한달여 만이다.
그동안 의협은 정부의 코로나19 안정화 선언 후에야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정부가 지난 11일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을 선언한 데 이어 오는 6월부터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면 의협이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할 요건이 충족된다.
의대정원 문제가 의정협의체 테이블에 오르게 되면 정부와 의료계 간 입장차가 커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올해까지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돼왔다.
보건복지부는 의사 수 부족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 필수의료 인력을 확대할 기회조차 없다며 의대 정원 확대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협은 의료시스템 개선이나 유인책 없이 단순히 의대 정원만 확대하면 10~15년 후 의사 수가 늘어나도 필수의료 인력은 확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은 의대정원 확대 인원을 두고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소 2000년 의약분업(의사는 진료·처방, 약사는 조제) 여파로 줄어든 351명을 다시 늘리거나, 많게는 500명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의협은 “구체적인 증원 숫자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 “숫자가 아닌, 의료진이 필수의료 분야에 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없이 의대 정원만 확대하면 최근 종합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 사태처럼 기존 의료시스템만 더 왜곡될 것이라는 이유다.
의협은 의대정원 문제 뿐 아니라 최근 시범사업안이 나온 비대면 진료와 1차·2차·2차 의료기관 간 의료전달체계(의료이용체계)개선책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최근 당정이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은 의료계와 소통이 부족한 채 나왔는데, 초진이 대거 허용되면 (1차 의료기관인 동네 병·의원이 어려움을 겪어)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우려가 있어 세부적인 사항이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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