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주-반려견, 산책하며 동네 순찰
실종 장애인 발견해 경찰에 신고
산에서 잃어버린 어린이 찾기도
서울시 자치경찰위, 전용 앱 제작
“새벽 순찰 중 ‘쿠로’가 도로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흔한 취객인 줄 알았는데 쿠로의 반응이 좀 이상했어요.”
지난해부터 서울 강동구에서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하고 있는 전형준 씨(35)는 7일 밤 12시경 부인과 함께 반려견 쿠로(시바견)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강풍으로 쌀쌀한 날씨였는데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 인근을 지나던 쿠로가 뭔가를 발견한 듯 고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쿠로의 시선을 따라가니 한 남성이 길바닥에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처음엔 취객인 줄 알았지만, 미동이 없는 점이 이상하다는 생각에 전 씨는 즉각 112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전날 실종 신고된 발달장애인 임모 씨였다. 길거리를 배회하다 다리를 다쳤는데 가족에게 연락할 수단이 없어 쓰러져 있었던 것. 임 씨의 형은 “동생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데 밖에 나간 뒤 들어오지 않아 신고했다. 순찰대에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전 씨와 쿠로는 18일 강동경찰서에서 표창을 받았다. 전 씨는 “실종자를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해드려 뿌듯하다”고 말했다.
● 실종 장애인·어린이 찾는 맹활약
시 자치경찰위원회 주도로 지난해 출범한 반려견 순찰대가 서울 곳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견주와 반려견이 한 팀을 이루는 순찰대는 산책 중 범죄 정황이나 안전에 취약한 상황을 발견할 경우 112 또는 120(다산콜센터)으로 신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284개 팀이 활동한 데 이어 올해 2기는 1503팀이 신청해 719팀이 선발됐으며 지난달 30일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래브라도리트리버종 반려견 ‘오이지’는 21일 금천구 호암산 산책길에서 할머니를 잃어버린 아이를 찾았다. 견주 김경덕 씨(62)는 이날 산책 중 한 할머니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사정을 물으니 할머니는 “초등학생 손자가 숲으로 들어갔는데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과 약 30분간 수색한 끝에 아이를 찾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오이지가 계속 돌아보는 걸 보고 할머니에게 다가가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며 “대형견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시작했는데 의미 있는 일까지 하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 “순찰대 전용 앱도 상용화”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통해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을 갖게 된 견주가 생명을 구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영등포구에서 순찰대 활동을 시작한 이호철 씨(41)는 16일 오후 4시 48분경 자동차를 타고 서강대교를 지나다 20대 여성의 투신 장면을 목격했다. 이 씨는 바로 경찰과 소방에 신고했고, 구조된 여성은 목숨을 구했다.
이 씨는 “가족들과 나들이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리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걸 보고 즉각 신고했다”며 “순찰대 활동을 시작하며 주변을 주의 깊게 둘러보게 됐고 112 신고 매뉴얼도 익혀 곧바로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 자치경찰위는 신고사항 기록 등이 가능한 순찰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도 만들기로 했다. 시 자치경찰위 관계자는 “곧 상용화를 앞둔 앱은 안전 신고 및 범죄 예방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반려견 순찰대가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공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도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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