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캄보디아인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가 확정된 남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법원이 재차 판단했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문광섭·정문경·이준현)는 A 씨와 딸이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교보생명보험이 A 씨에게 2억3000만 원, 딸에게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지난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동승했던 임신 7개월의 아내 B 씨(당시 24세)가 숨졌다.
검찰은 A 씨가 B 씨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한 보험 25건에 가입한 점과 B 씨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근거로 살인 혐의를 적용해 A 씨를 기소했다.
법원은 1심에서 무죄, 2심이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파기환송심을 거쳐 교통사고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 A 씨의 살인과 사기 혐의 무죄를 확정했다. 다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금고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A 씨는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형사사건에서 각급 법원의 판단이 크게 갈렸던 만큼 민사소송에서도 판단이 갈리고 있다. 외국인이었던 B 씨가 보험계약 당시 약관을 충분히 이해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이번 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B 씨가 보험모집인 등의 설명을 듣고도 자신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체결에 동의한다는 점을 이해 못 한 채 자필로 피보험자란에 서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밖에도 A 씨는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승소했고, 미래에셋생명과 라이나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은 패소했다. 현재 이들 소송 대다수는 패소한 쪽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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