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붙박이 가구(빌트인)로 들어가는 특판가구 가격 담합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가구업체 8곳과 전·현직 대표 및 임직원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박정길 박정제 지귀연)는 23일 오전 건설산업기본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혐의로 기소된 한샘·한샘넥서스·넵스·에넥스·넥시스·우아미·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가구업체 8곳과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등 전·현직 임직원 12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가격 담합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피고인들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검찰에서 기소한 범죄열람표의 개별 항목들이 많아 각 범행에 대한 가담여부는 따로 기록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하고, 차회 기일까지 혐의 인부와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한 동의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2차 공판준비기일은 7월4일 오후 2시 열린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건설사 24개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현장 783곳의 빌트인 가구 공사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입찰가격 등을 합의하고 써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담합한 입찰 규모는 약 2조32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빌트인 가구는 아파트 등 대단위의 공동주택 신축과 재건축 등 사업에서 주택 시공과 함께 설치되는 가구다.
검찰은 이러한 담합으로 건축비에 포함되는 가구비용이 높아져 장기간 아파트 분양가를 높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들이 건설사 아파트 신축현장 설명회 전후로 모여 입찰에 낙찰받을 순번을 합의한 것으로 파악했다.
낙찰 예정 업체는 전화와 이메일, 모바일 메신저로 입찰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했고, 들러리 업체들은 낙찰 예정 업체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는 식으로 공모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현장 조사가 시작되고 담합 사실에 대한 자진신고 이후에도 일부 임직원을 통해 담합은 계속됐다.
검찰은 기소 당시 “담합이 확인된 기간만 약 9년으로 그동안 가구업계에 불법적 관행이 만연해 있었다”며 “이에 관여한 임직원들도 별다른 죄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재판에 넘겨진 업체 8곳 중 6곳은 전·현직 대표이사가, 6곳 중 3곳은 오너가 기소됐다. 반면 상급자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실무 직원들은 입건되지 않았다.
당초 수사를 받은 업체는 9곳이었으나 ‘1순위 자진신고자는 처벌을 면제하거나 감경한다’는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현대리바트는 기소 면제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자진신고 담합 사건을 공정위 고발 없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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