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급증하는 한국 여성의 자살률의 한 원인으로 “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모순적인 기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수년간 감소한 한국의 자살률을 여성이 끌어올리고 있다’는 제목으로 한국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함께 자살률 1,2위를 다툰 리투아니아를 비교하며 “두 국가는 지난 10년간 (자살률)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2018년부터 한국의 자살률이 다시 증가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자살률의 특징에 대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남성의 수는 증가하지 않았지만, 여성 그중에서도 특히 20~30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6~2017년 감소했던 한국의 자살률이 2018년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 1위였던 리투아니아를 다시 앞서 OECD 회원국 1위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세계안전의 날을 맞아 OECD 회원국의 자살률을 비교한 ‘한국 안전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1명으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달성했다. 2003년 이후 한국이 1위 자리를 내준 적은 2016~2017년 2개 연도뿐이다. OECD 평균 자살률은 11.1명으로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코노미스트가 18개국 40세 미만 여성의 2018~2020년 자살률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을 제외한 17개국 평균 자살률은 10만명당 4.6명에서 4.7명으로 변동이 미비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자살률이 13.6명에서 16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자살률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사회가) 여성에게 모순적인 기대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치열한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성은) 직장에서 차별을 받고, 가정에서는 육아에 전념해야 한다는 선입견에 시달린다”고 했다.
아울러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여성들이 “성차별적인 외모 기준, 여성 혐오, 성적 학대, 몰카 등 혐오스러운 관행을 용인하는 (한국사회의) 문화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의 10대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과정을 소셜미디어(SNS)에 생중계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16일과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인 10대 여학생이 강남의 한 고층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지난 5일 서울 한남대교 북단에서 10대 여학생 2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구조되기도 했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한국 정부가 내놓은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여성들이 고통받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려면 보다 진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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