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호우 대비 침수 위험 조사
반지하주택 380채 ‘매우 위험’ 판정
물막이판 일체형 방범창 무상 지원
“이 도로 경사도가 5%가량이에요. 빌라가 도로보다 낮은 지대에 있다 보니 위험합니다.”
16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주택가. 반지하주택을 둘러보던 이광호 강동구건축사회장이 줄자를 이용해 창문틀 높이와 폭 등을 측정한 뒤 서류에 기록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빗물은 약간의 경사만 있어도 낮은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이런 주택은 침수 위험이 크다”며 “지금은 반지하주택 창문틀이 바닥에서 약 10cm 떨어져 있는데 최소 30cm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가구별 상황 맞춰 ‘물막이판’ 지원
서울시가 올여름 집중호우에 대비해 침수 우려 반지하주택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자치구들도 반지하주택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 중 강동구는 침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된 주택 380채에 대해 침수 방지 시설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강동구는 지난달부터 반지하주택 6333채를 대상으로 한 달간 △도로 경사도 △배수 시설 유무 및 용량 △창틀과 바닥 사이 간격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380채가 ‘매우 위험’ 판정을 받았는데, 구는 이들 주택을 대상으로 물막이판을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구는 반지하주택 3곳을 조사해 물막이판 설치 비용을 계산했다. 비용 산정 후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동의를 구하고 시와 구가 절반씩 부담해 물막이판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 회장이 점검한 주택은 창문당 63만 원씩, 총 252만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 회장은 “이 주택의 경우 배수구 용량이 크지 않고 빗물에 나뭇잎이 흘러들어 오면 막힐 가능성이 높아 물막이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자체 개발한 일체형 방범창도 지원
구는 고정형 물막이판과 함께 자체 개발한 ‘물막이판 일체형 특수방범창’ 설치도 지원하고 있다. 구 치수안전과는 올 3월 이 특수방범창을 직접 개발해 특허출원을 냈고, 현재 9가구에 설치를 마쳤다. 일체형 특수방범창은 물막이판과 방범창의 기능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주택 내부에 잠금장치가 있어 침수 시 잠금장치를 열고 외부로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충격과 열에 강한 폴리카보네이트(PC) 판이 붙어있어 물막이판 역할도 겸한다. 집중호우로 물이 차오르면 물막이판에 설치된 자동경보장치 센서가 경고음을 울리며 신속한 대피를 돕게 된다. 구 관계자는 “고정식으로 설계된 물막이판과 달리 투명한 재질로 만들어져 일조량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며 “기존 물막이판보다 설치 비용도 30∼40% 절감돼 다음 달까지 총 200가구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구의 지원을 받아 일체형 특수방범창을 설치한 주민 A 씨(50)는 “지난해 폭우 때 집에 물이 들어차 고생했다”며 “햇빛도 잘 들어오고 침수도 덜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들도 침수 피해 예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영등포구의 경우 반지하주택 등 침수 취약가구에 돌봄공무원을 배정하고 물막이판, 역류방지기 등 침수 방지 시설을 사전에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성동구는 이미 올 초 폭우에 취약한 반지하주택 전수조사를 마쳤고 1453가구에 물막이판, 개폐 방범창, 침수경보기 등을 설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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