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홍정기 일병은 2016년 군 복무 중 급성 백혈병과 뇌출혈이 발병했지만 군에서 적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유족은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현행 법상 위자료를 받기 힘든 상황이다. 유족연금을 이미 받고 있어 이중 배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순직 군인과 경찰의 유족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추가 배상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국가배상법 시행령 개정안 및 국가배상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25일부터 7월4일까지 입법예고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국가배상법 2조에 3항을 신설해 군인·경찰 등의 전사·순직으로 유족이 연금을 받아도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은 전사·순직 군경의 권리와 독립적인 것”이라며 “현행 법이 보상금 산정에서 유족의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별개 위자료 청구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 29조에 따르면 군경 등은 전사·순직 등 직무 관련 손해를 본 경우 재해보상금·유족연금 등 법률상 보상금 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또 국가배상법은 본인뿐 아니라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도 금지한다. 1960년대 베트남전 이후 국가배상 소송이 늘어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자 만들어진 조항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신청을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덟번이나 각하하면서도 개헌 등 보완 필요성을 명시했다.
한동훈 장관은 “홍정기 일병의 상황을 보고 받고 법무부가 여러 차례 회의를 했으나 입법이 아닌 법 해석으로는 위자료 청구 자체를 인정할 수 없었다”며 “국방부·해경·경찰 등과 협의한 결과 부칙 조항을 신설해 현재 소송 중인 사안에도 개정된 법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현재 소송 중인 유족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개정 대상에 헌법은 포함되지 않아 순직 군경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한 장관은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헌법을 존중하는 테두리 안에서, 헌법에는 없지만 국가배상법에서는 확대한 유족의 이중배상금지원칙조항을 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국가배상법의 시행령을 개정해 군 복무 기간 전체를 취업가능기간에 산입해 병역의무 대상 남성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군미필 남성에게 일실이익(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었을 소득) 계산을 위한 취업가능기간에서 군 복무 예정기간을 제외하고 있다.
국가로부터 동일한 피해를 본 경우 군미필 남성의 군 복무 예정기간이 취업가능기간에서 제외돼 여성보다 배상금이 적게 책정됐다.
예를 들어 국가의 과오로 아홉살 여성이 사망했다면 일실수익은 5억1334만원으로 산정되지만 남성은 2682만원 적은 4억8651만원으로 산정된다. 남성의 취업가능기간에서 군 복무 예정기간인 18개월이 빠지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병역의무자에게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야기하고 병역의무가 없는 사람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봤다.
한 장관은 “사회적 참사로 인한 피해 배·보상과 비교하면 불합리하다는 것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며 “병역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정의와 공정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유족들은 이를 바탕으로 복무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 산정해 계산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한 장관은 “국가와 동료 시민을 위해 병역의무를 다하는 사람은 존경과 보답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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