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얼마나 늘려야 하나…전문가들 “과부족 기준부터 정해야”

  • 뉴스1
  • 입력 2023년 5월 25일 05시 39분


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회진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회진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소아청소년과 진료대란 등 각종 의료현안의 해법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라는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5학년도 입시 계획을 세우기 전까지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겠다는 계획인데 의료정책 전문가들은 확대 규모는 가장 나중에 정하더라도 과부족 기준부터 합의할 때라고 진단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조건이지만 인구구조 등 의료 수요와 의사 수급 현황을 파악해 정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조정해 가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갈 수 있도록 제도화하지 않는다면 의료체계는 개선될 수 없다는 우려도 내놨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재무상임이사를 지낸 이평수 전 차의과학대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는 25일 뉴스1에 “의사 과부족을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는 합의부터 해야 한다”며 “지역, 진료과, 병원 종류마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뉘앙스가 다르다. PA가 1만명이라면 그만큼 의사를 더 공급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7년 간 3058명으로 동결돼 있다. 의사 수 부족 현상은 의사 몸값을 높여줬고, 정부가 지급하는 수가를 올렸으며, 병원의 원가도 높였다. 건강보험이든 국민이든 부담해야 할 의료비는 늘어났고 의사를 구하지 못해 PA를 고용하거나 쏠림 현상만 확연해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보건의료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보건의료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평수 전 교수는 “수요를 인구 대비, 의료기관 수 대비, 지역 대비 따져야 한다. 의사협회 주장대로 의사 수는 충분한데 배치가 잘못됐다면 정부가 나서서 조정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그런 정책을 한 번도 마련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어느 정도 인력을 늘려야 현재 제기돼 있는 의료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부터 생각할 때”라며 “숫자에 매몰되면 의사협회는 조금만 늘리려 할 테고 보건복지부는 ‘우리가 노력 끝에 이만큼 늘렸다’는 정도의 책임을 다했다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의사 배출을 늘려야 하지만 우선 배출된 의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의료제도를 고쳐야 한다. 분포를 조정하는데도 5~10년은 걸린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국민 고통은 더 커진다”고 진단했다.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연구한 바 있는 한 국책기관 연구원은 “인구 전망에 따라, 노동 제도와 공급에 따라 결괏값이 굉장히 달라졌다. 2040년 기준으로 적게는 1만2000명, 많게는 2만3000명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의사 수를 늘리면서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정책을 병행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구 감소와 의료수요 증가가 맞물린 상황이다. 수요와 의사 인력 공급 현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해 의료계와 정부 간 합의 아래 의대 정원을 조정해 가는 게 맞다”며 “부족하다면 늘려야 한다. 의대 정원을 무한정 동결시킬 수 없다는 점을 의협에서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다만 의대 정원이 늘면 대입 입시에서 의대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테고 진료과 기피 현상을 해소할 정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우려도 커진다. 의사협회는 현재 의사 인력의 지역, 진료과 등 구체적인 분포를 조정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의협 측을 대표한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전날(24일) 오후 복지부와의 제9차 의료현안 협의체 회의의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상황에서 기피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대 정원을 아무리 확대해도 (기피과 지원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광래 회장은 “기피과에 단순하게 의대 정원만 확대한다고 전공의가 지원할까”라며 “의료 인력의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증가를 피할 수 없다. 저출산 흐름으로 인한 소아과 의사 감소, 수도권 내 상급종합병원 6000병상 건립 현상을 그대로 두고 필수의료·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의견들을 듣고 있는 복지부는 의대 정원 등 인력 공급 문제를 의협과 신중하게 논의,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9차 협의체 회의 후 기자들에게 “아직 확정된 바 없으나 내부적으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는 합의된 문구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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