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5·18 당시 다쳤던 한 계엄군을 구해준 광주시민을 43년 만에 찾았지만 전후 사실관계 확인 결과 다른 사람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조사위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광주 북구 임동 한 병원에서 20사단 당직병 출신 계엄군 박윤수씨와 5·18 당시 택시기사로 일했던 신봉섭씨가 만났다.
박씨는 1980년 5월 21일 광주 진입 도중 광주톨게이트 주변에서 시민들과 마주친 뒤 투석전에 휘말려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한 광주시민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치료를 마친 뒤 5월 28일 부대로 복귀했다.
이후 전역한 박씨는 그간 자신을 구해준 시민을 수소문하던 중 조사위의 도움을 받아 신씨를 만나게 됐다. 조사위는 이들의 진술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 점에 따라 박씨를 구해준 은인이 신씨인 것으로 결론짓고 만남을 주선했다.
그러나 만남 도중 이들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당시 박씨를 구해준 시민이 신씨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리어카에 실린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기억했으나 신씨는 ‘부상당한 계엄군을 택시에 싣고 이송했다’고 말했다. 또 신씨는 ‘당시 이송했던 병원이 이곳이 아니다’고도 덧붙였다.
상봉식을 마친 조사위는 박씨가 다른 시민에 의해 이곳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신씨도 다른 계엄군을 구조한 뒤 지역 한 병원으로 후송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위의 이 같은 실수에 5·18 관계자들은 ‘면밀한 검증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한 5·18 단체 관계자는 “5월 21일 광주시민들이 계엄군과 충돌 직후 낙오된 군인들을 도와 병원 등으로 옮긴 사례가 상당히 많다. 옷을 갈아입히고 다락방에 숨겨줬다는 등의 미담이 지역 사회에서 여러번 회자됐다”며 “무수한 사례 중 하나가 확인된 상황에 교차검증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라고 꼬집었다.
이에 조사위 관계자는 “두 사람의 진술이 상당히 겹쳤다”고 해명하며 “박씨를 리어카로 이송한 시민과 신씨가 병원으로 옮겨준 계엄군에 대한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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