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상장애인 규정 없어”…헌재,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헌법불합치

  • 뉴스1
  • 입력 2023년 5월 25일 14시 42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를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5월 사건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2023.5.25/뉴스1 ⓒ News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를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5월 사건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2023.5.25/뉴스1 ⓒ News1
누워서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와상장애인)을 위한 탑승설비 내용을 규정하지 않은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이모 변호사가 낸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에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현행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은 특별교통수단에 교통약자가 휠체어를 탄채 승차할 수 있는 휠체어 리프트와 휠체어 기중기 등 승강설비와 휠체어 고정설비 및 손잡이를 설치해야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장애의 정도가 더 중한 와상장애인을 위한 사항은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헌재는 “침대형 휠체어만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은 특수한 설비가 갖춰진 차량이 아니면 사실상 이동이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표준휠체어만을 기준으로 고정설비의 안전기준을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교통수단에 장착되는 휠체어 탑승설비 연구·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국가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누워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고정설비 안전기준 등을 별도로 규정한다고 하여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심해진다고 볼 수도 없다”며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과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을 달리 취급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평등권을 침해하지만, 그에 대해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표준휠체어를 기준으로 하는 휠체어 고정설비 안전기준에 대해서도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했다. 입법 개선시한은 2024년 12월31일로 정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장애인콜택시 등에 와상장애인을 위한 설비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와상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가족이 있는 이 변호사는 “교통약자법이 와상장애인을 위해 간이침대 등 이동편의장비를 특별교통수단에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2019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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