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과 코카인 등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엄홍식·37)이 구속 갈림길에서 기사회생했다. 경찰이 증거 인멸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법원이 다르게 판단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범행과 관련된 증거들이 이미 상당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도 기본적 사실관계 자체는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마 흡연을 반성하고 있고, 코카인 사용은 일정 부분 다툼의 여지를 배제할 수 없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유씨의 주거가 일정하고 동종 범행 전력이 없는 것 등을 감안하면 유씨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속 영장 기각에 따라 유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추가 수사를 받게 됐다. 유씨를 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려던 경찰 계획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경찰은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받을 당시에만 해도 불구속 수사를 염두에 뒀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투약한 마약류의 종류와 횟수가 늘어났고, 공범이 있으며, 증거 인멸 정황이 포착되자 구속 수사 필요성이 강조됐다.
경찰은 구속 심사에서도 증거 인멸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주민등록상 주거지와 실거주지가 달랐던 부분을 거론하며, 불구속 수사를 할 경우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피력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 3월 유씨의 실거주지인 한남동과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이태원동을 차례로 압수수색한 바 있다.
대마를 제외한 코카인 등 일부 마약류 투약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점도 증거 인멸 가능성을 높이는 정황으로 제시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장기간 이어진 수사는 유씨의 구속 수사 필요성을 낮추는 결과로 작용한 모습이다. 법원은 “범행과 관련된 증거들이 이미 상당수 확보돼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유씨가 경찰 출석일을 조사 당일 변경하는 등 일부 비협조적인 측면을 보였지만, 두 차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점도 도주 우려를 낮췄다는 평가다.
유씨가 마약류를 국내로 들여와 유포하거나 판매하지 않은 단순 투약자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진규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대표 변호사는 “유씨의 경우 기본적인 마약 투약 사실에 대해선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어 보인다”며 “일부 부인하고 있는 혐의의 경우, 법원의 판단과 원칙대로 불구속 수사를 하면서 경찰이 입증하면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희준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는 “초범이고, 공급이나 밀수 사범이 아닌 단순 투약 사범이기 때문에 구속은 쉽지 않다”고 했다.
경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재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유씨는 당초 경찰 조사에선 혼자 대마초를 흡연했다고 진술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여러 명과 함께 투약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이 부분에 대한 경찰 수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