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인 효과’ 소문에 품귀사태
비만치료제 등 국내 중고거래 판쳐
일부 병원 ‘묻지 마 처방’ 투약 부추겨
“국내 미출시 약 부작용 몰라 더 위험”
“할리우드 스타들도 쓴다는 ‘기적의 다이어트약’이라고 해서 ‘××서스’를 샀는데 9일 만에 배송됐어요.”
윤모 씨(29)는 “인터넷 검색을 하다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구매자 평가가 좋길래 구입했는데 불법인 줄 몰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름을 앞두고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 ‘다이어트약’으로 불리며 인터넷 사이트와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다이어트약을 오남용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 불법 중고거래에 해외 직구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국내에 정식 유통되는 대표적 비만치료제 ‘××다’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 주사제다. 하지만 여름철을 앞두고 중고거래 플랫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주사제를 구입했다는 유모 씨(30)는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사면 주사제 하나에 9만∼12만 원인데 중고로 주사제 3개를 20만 원에 샀다”며 “의사 처방을 받지 않으니 진찰비도 절약할 수 있고 절차도 훨씬 간편했다”고 말했다.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다이어트약을 해외 직구로 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론 머스크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이 다이어트용으로 사용해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진 당뇨 치료제 ‘××비’의 경우 한 달 치 가격이 100만 원을 넘는 고가인데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유사한 성분이라 10분의 1 가격으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홍보 중인 ‘××서스’ 알약을 해외 직구로 사는 이들도 상당수다. 한 해외 직구 사이트에는 이 약을 샀다는 구매 후기가 40여 건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의약품은 인터넷에서 사고팔 수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인력의 한계로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일일이 단속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라고 했다.
● ‘묻지 마 처방’ 병원 리스트 공유도
온라인에서 의약품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배경에는 일부 병원의 ‘묻지 마 처방’이 있다. 다이어트약의 경우 체질량지수(BMI) 검사를 진행하고 비만이나 과체중으로 나타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약을 처방해야 한다. 하지만 병원 상당수가 절차를 안 지키는 게 현실이다. 최근 병원에서 다이어트약을 처방받은 A 씨(34)는 “BMI를 검사하지도, 묻지도 않았다. 몇 개 필요하냐고 하더니 바로 처방해 줬다”고 했다. 또 “예전에는 전화로 비대면 진료도 받았는데 ‘약을 사용해 본 적 있느냐’고 묻더니 1분 만에 처방전을 내줬다”고 했다.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묻지 마 처방’을 하는 병원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으로 구한 전문 의약품을 마음대로 투약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다이어트약 ‘××다’의 경우 위장 장애부터 드물지만 뇌수막종,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등 중증 부작용까지 보고된 바 있다.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다이어트약의 경우 한국인에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몰라 더 위험하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이어트약 투약 용량을 지키지 않아 응급실에 실려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반드시 의사 지시에 따라 투약해야 한다. 특히 임산부와 만 75세 이상 고령자, 간 기능 장애가 있는 경우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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