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상담… 다시 안불러
세상이 내게 죽으라고 해” 유서
부모 “학폭위 요청했는데 안열어”
“내가 신고한들 뭐가 달라질까.”
충남 천안시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남기고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5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김상연 군(18)은 11일 오후 7시 15분경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자택 자신의 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김 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군의 가방에선 A4용지 1장에 작성한 유서와 학교폭력 내용을 적은 수첩이 발견됐다. 그는 수첩에 ‘학교폭력을 당해 보니 왜 아무에게도 얘기할 수 없는지 알 것 같다. 내 꿈, 내가 하는 행동 모든 걸 부정당하니 온 세상이 나보고 그냥 죽으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너희들 소원대로 죽어줄게’라고 적었다. 또 ‘(학교폭력 가해자 처분) 1~3호는 생활기록부에 기재조차 안 된단다. 안타깝지만 일을 크게 만들 자신도 없고 능력도 없다. 내가 신고한들 뭐가 달라질까?’라며 무력감을 표했다.
유서에는 학교 측이 김 군의 호소에 적극 대처하지 않은 정황도 담겼다. 그는 ‘담임 선생님 상담 중 학폭 얘기가 나왔지만, 선생님은 나를 다시 부르지 않았다’고 적었다.
김 군의 아버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이가 5월 초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아 아내가 담임과 통화하면서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는데 학교 측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수첩에는 가해자 8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들이 외모를 비하하거나 동성애자라고 부르고,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공유하는 등 폭력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유족의 신고 후 수사에 착수한 천안동남경찰서는 유족과 김 군의 1~3학년 담임교사 3명, 김 군의 친구 등을 조사했다. 학교 측은 경찰 조사에서 “김 군이 정례 담임 상담에서 ‘내가 무리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고 말해 상담센터에 보냈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결론 났고 평소 학교생활에서 이상 징후도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군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가해 행위를 확인 중이며 구체적인 폭력 행위가 확인되면 가해 학생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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