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박사후 연구원(포스트 닥터)의 법적 지위를 보장해 이공계 연구자의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인건비를 보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공계 연구 인력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 고급 두뇌의 유출을 막으려는 취지지만, 의대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이공분야 인재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대책은 박사후 연구원과 석박사 과정의 젊은 연구자들의 지원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박사후 연구원을 대학 구성원으로 명문화하기로 했다. 박사후 연구원은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 등에서 연구하는 계약직 연구원이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이들을 대학 구성원으로 따로 분류되지 않아 지원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국내 박사후 연구원의 규모와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공계 박사후 연구원 약 5000명 중 84.6%는 학위 취득 후 대학에서 남아 연구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원 신분에 관한 규정을 갖춘 대학이 거의 없는 탓에 고용이 불안정하고, 세전 급여가 3500만 원 수준에 그치는 등 처우가 열악한 실정이다.
대학원생 처우도 개선된다. 대학원생이 연구과제를 수행하면 전체 연구비 중 일정 비율 이상의 인건비를 받도록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학부생에게만 지급됐던 대통령 과학장학금은 석·박사 과정까지 확대된다.
외국인 인재 유치를 위한 비자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기술창업비자(D-8-4)의 체류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한다. 이공계 우수 인재 조기 발굴을 위해 영재고와 과학고 운영 방식도 개선한다. 시도교육청이 과학고를 ‘자율학교’로 지정해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영재학교에는 성과평가 제도를 도입해 우수학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검토된다.
정부가 이공계 인재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연구 환경과 보상 측면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수 인재들이 의학계열 등 경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진로를 선호하면서 첨단 분야의 국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우수 인력을 붙잡기엔 파격적인 지원책이 담기지 않아 의대 쏠림 등 인재 유출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공계를 졸업한 연구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일자리가 보장되고, 급여가 대폭 상향돼야 인재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박사후연구원도 교수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2월 발표한 ‘5대 첨단분야 인재양성 전략’의 후속 조치로 에코업(녹색산업)과 에너지 분야 인재양성 방안도 발표했다. 기후·물·자원순환 등 6대 유망 분야의 녹색산업 인재 8만 명을 양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에코업 혁신융합대학을 지정해 운영한다. 2027년까지 녹색산업 인재 7만 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또 원자력과 수소 등 에너지 전문인력 2만 명 양성을 위한 로드맵을 7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댓글 0